#샵스타그램 - 증평 꽃차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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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11:20:02

[충북일보] 300평 규모의 꽃밭은 한바퀴만 돌며 관리 해도 시간이 훌쩍 사라지는 마법의 땅이다. 봄과 가을은 형형색색으로 눈부시게 피어나는 곳이다. 꽃밭을 가득 채웠던 꽃들은 더위에 사그러 들었지만 강인한 꽃들은 곳곳에서 여전히 고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소나무들이 멋스럽게 솟아있는 증평군 용강리의 1천200평 부지는 홍성애 대표의 아버지가 선택해 가꿔온 곳이다. 씨앗을 발아해 20년 넘게 키운 소나무부터 정자와 작은 연못, 비닐하우스까지 일대를 정원처럼 꾸몄다.

홍 대표가 이곳으로 들어온 것은 7년 전이다.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땅에서 꽃과 꽃차를 함께할 요량으로 앞으로의 인생길을 정했다. 20대부터 전통차에 관심을 두고 여러 종류의 차와 다도 등을 공부해왔던 것이 기반이 됐다. 차 한잔으로 완성되는 대접받는 기분은 어디에서나 쓰기 좋았다. 과거 일식집을 운영할 때도 차 한잔의 마무리가 가게에 대한 인상을 바꿨다.
농업기술센터, 농업인 대학 등에서 농촌 생활의 기본부터 익혔다. 충남 청양까지 1년이 넘게 오가며 한방 꽃차를 배우기도 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가꾼 부지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은 남았다.

이른 봄 모판에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 밭으로 옮겨심는 꽃은 100여 종에 이른다. 4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땅을 채워나가는 꽃들이 홍 대표의 손길을 기다린다.

모판에서 싹을 틔우는 것부터 이식하고 가꾼 뒤 채취하고 말리고 덖는 일의 반복까지, 씨앗이 발아해 한 잔의 꽃차로 돌아오는 시간이 길고 분주하다. 입으로 들어가는 꽃이라 친환경적으로 키우다보니 일일이 잡초를 뽑고 관리하는 것도 큰 일중 하나다. 흙을 만지며 그동안 몰랐던 감각들이 깨어났다. 흙 만지는 즐거움을 알아버린 탓에 흙 한번 안묻히고 하루가 지나면 어색한 농군이 다 됐다.

꽃에 따라 꽃차를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보통은 4~5번 씩 덖고 말리기를 반복해 향을 가둔다. 햇볕이 좋은 날엔 정원 가득 펼치기도 하고 그늘을 이용해야 하는 꽃도 있다. 건조기에 들어가야 좋은 꽃도 있다. 꽃잎에 따라 수분이 남는 정도를 잘 조절해야 변질이 되지 않는다.
뜨거운 물을 부어 천천히 변하는 색과 향을 즐기는 평온한 시간이 꽃차를 선택한 이유다. 푸르게 피었던 꽃이 형광빛 초록 찻물을 만드는가 하면 짙은 붉은 색을 은은한 분홍빛으로 퍼뜨리는 꽃도 있다. 한 잎씩 접어 한방 약재를 넣고 묶는 한방꽃차나 찻잔 속에서 피어나게 하기 위해 봉우리 그 자체로 말리는 꽃차, 구절초 잎을 쪄서 꽃을 넣어 모양을 잡은 구절초떡차 등은 당연히 더 많은 수고로움이 담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꽃차가 저마다의 여정을 거쳐 병 속에서 숨을 고른다.
체험을 위해 예약 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는 여러 분야로 준비했다. 꽃을 따고 덖으며 자신의 꽃차를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코스다. 차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는 허브와 마늘 등을 함께 숙성해 양념으로 쓰기 좋은 상큼한 꽃식초가 인기다. 아이들은 꽃을 우려 고운 빛깔로 향을 입힌 워터젤리 체험도 즐긴다. 주문을 받아 만드는 도라지 정과나 지원 사업인 막걸리 키트 등도 바쁜 일정을 거든다.

무와 배추를 직접 뽑아서 맨드라미 꽃물로 만드는 꽃물김치나 꽃차를 만들고 남은 재료를 말려서 끓인 물에 발을 담그는 족욕체험 등도 꽃차연구소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중 하나다. 꽃밭에서 자란 꽃들이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 형태를 바꾼다. 향을 가두고 숨을 죽이며 시간과 정성이 덧입혀진 꽃찻잎이다. 뜨거운 물을 만나 다시 촉촉하게 펼쳐진 꽃잎이 여전히 예쁘다. 까다롭게 말려 효능까지 배가된 목련꽃차 한잔이 그윽한 향으로 지난 봄을 전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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