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덮밥전문점 '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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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11:47:45

[충북일보] 도로명 주소를 적을 듯한 파랗고 작은 사각판에 명료하게 적힌 '칠각'이라는 글자 뿐이다. 하얀 셔터 위에 직접 적은 커다란 글자는 칠각을 오묘한 형태로 변형해 느낌을 살렸다.
ⓒ칠각 인스타그램
청주 운천동 토박이로 자란 김서영 대표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성향이다. 주변과 어울리기를 즐기던 시절, 동네에서 젊은 사람끼리 한잔 할만한 장소를 찾기 어려운 것이 아쉬워 직접 포차를 운영했다. 3~4년 간 운영하며 여러 음식을 두루 배웠지만 맛에 대한 설명을 요하는 손님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요리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한 가지 요리를 깊이 연구한 것은 서울식 돼지곰탕이었다. 제주도에서 전문점을 운영하는 지인을 찾아가 재료 손질부터 국물을 내는 비법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작은 가게에서 곰탕 하나로 시작한 것이 칠각상회다.
커다란 솥에 국내산 돼지 사태, 전지, 항정살을 맑게 우리고 얇게 썰어 부드러운 살코기를 수북이 올렸다. 직접 담근 깍두기와 부추무침이 어우러져 계절에 상관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칠각 곰탕을 찾는 손님은 꾸준했지만 주변 상권에 어울리는 다른 메뉴를 더 해보고 싶어졌다.

곰탕과 같은 한 그릇 음식으로 생각한 것이 덮밥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명란아보카도, 대창 등 수시로 많은 재료와 소스를 연구하며 메뉴판에 올렸다. 손님들의 반응을 거울삼아 메뉴를 고정하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현재 6가지 덮밥을 고정한 칠각의 대표 메뉴는 호르몬동이다. 유행처럼 번진 대창덮밥은 한 번 먹어보면 다시 찾기 어려운 음식이기도 했다. 수입산 대창을 이용하면 그 안에 있는 잡내를 감추기 위해 빨갛고 자극적인 소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칠각의 호르몬동은 오늘 먹고 내일 또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숯불에 초벌한 한우 생대창에 칠각만의 부드러운 소스를 발라 구워 본연의 고소한 맛을 살렸다. 꽈리고추와 부추가 함께 올라가 느끼함 없이 어우러진다. 잠발라야 소스를 만들어 숯불에 구운 닭다리살과 스크램블, 채즙 풍부한 청경채를 올린 토리동도 매콤달콤한 맛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십번 치대고 뭉쳐 구운 함바그 세 덩이와 3가지 간장을 배합한 소스가 감칠맛을 내는 함바그동, 짜지않은 명란 소스와 아보카도의 명란 아보카도, 미소 된장 소스를 베이스로 숯불향을 입힌 돼지 삼겹과 미나리 페스토가 향긋함을 더하는 부타동도 모두 각각의 특별함을 자랑한다.

마치 장어덮밥처럼 보이는 나스통은 또다른 대표 메뉴다. 가지를 펼쳐 소스와 튀기듯 졸여 독특한 식감과 맛이다. 처음엔 약간 말려 사용하던 가지를 다르게 조리하니 더욱 맛 본 이들의 평이 좋아졌다. 가지 밑에 감춰둔 매콤한 맛의 다진 소고기 소스로 칠각에서만 먹을 수 있는 나스동이 완성된다. 시간에 관계없이 가벼운 한잔 술과 칠각의 덮밥을 즐기는 손님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신선함이 가장 중요해 정해진 수요가 없으면 유지하기 힘든 야사이동과 정육점 유통 문제로 사라진 규스지동 등 서영 씨와 손님의 의사에 상관없이 아쉽게 사라진 메뉴도 여럿이다. 여러 방면에서 지속 가능한 메뉴를 고민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칠각이 하고 싶은 일은 아직도 많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다양화 하는 것이 목표다. 그 중에서도 다른 곳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내장류를 곧 만날 수 있다. 손님이 한끼 먹는 소중한 시간을 아쉬움 없이 채우기 위해 정진하겠다는 메뉴판 위의 결연함이 칠각다운 한 그릇을 묵직하게 채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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