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식빵은 흔한 빵 중 하나다. 굳이 빵집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 아니더라도 마트나 편의점은 물론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에서도 식빵은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밀가루에 효모를 넣고 반죽해 구운 주식용 빵으로 정의되는 식빵은 활용도가 높다. 자르지 않고 그냥 뜯어먹을 수도 있고 샌드위치, 토스트 등 어떤 재료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음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빵을 부재료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식빵의 기본 맛에 집중하는 마니아층 역시 많다.
빨간기린 김영식 대표
지난 2014년 청주 수곡동에서 문을 열고 2020년 1월까지 한자리를 지켜온 '꼬마식빵'은 식빵 맛 하나로 수많은 단골을 확보했던 가게다. 저온 숙성으로 긴 발효시간을 거쳐 소화가 잘되는 쫄깃하고 담백한 식빵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리브와 치즈가 어우러지는 올리브 치즈 식빵, 공주 밤을 직접 졸여 빵에 담아내는 공주 밤 식빵, 호두를 살짝 구워 씹는 맛이 일품인 호두 식빵, 우유의 고소함이 돋보이는 우유 식빵 등 어느 것 하나 뒤처지는 메뉴 없이 고루 인기를 얻었다.
쉼 없이 달려온 김영식 대표가 몸을 추스르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잠시 문을 닫은 사이에도 꼬마식빵의 행방을 묻는 아쉬운 질문이 온라인상에서 계속될 정도였다.
청주 용담동으로 자리를 옮긴 꼬마식빵은 2020년 7월 '빨간기린'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기존의 이름이 아이들을 위한 식빵이라거나 식빵만 파는 가게라는 인식이 강했던 탓에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이름을 고심하다 인상 깊게 읽었던 동화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름을 바꾸며 빨간기린의 주력상품도 더해졌다. 식빵과 쿠키, 잼 등을 내세웠던 꼬마식빵을 바탕으로 파운드케이크와 휘낭시에, 마들렌, 쿠키 등의 구운 과자류를 새롭게 담았다.
나만 먹기 위한 빵으로 남는 것이 안타깝다는 단골들의 바람을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다. 먼 곳에서도 김 대표의 빵을 위해 꾸준히 찾아오던 손님들은 혼자만 먹기 아쉬웠다. 식빵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이지만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마음을 전하는 용도로 김 대표의 솜씨를 빌리고 싶은 이들은 메뉴의 다양화와 선물 포장 등 새로운 구성을 원했다.
뭐든 대충하는 일이 없는 영식 씨가 준비한 것은 빨간 상자에 담긴 빨간기린만의 특별한 세트 구성이다. 파운드 케이크와 구운 과자류가 식빵과 함께 담기니 맛과 실속에 고급스러움까지 갖췄다. 6~7가지 과일을 럼에 절여 풍미를 살린 후르츠, 오렌지페이스트와 필이 씹히는 향긋한 오렌지, 달콤하게 카라멜라이징한 바나나, 아몬드와 커피가 어우러지는 커피 등의 파운드 케이크는 특별히 구한 얇은 틀에 구워 두툼하게 썰고 개별 포장된다. 계절이나 이벤트에 따라 나오는 밤, 곶감, 장미, 홍차, 애플시나몬 등을 이용한 파운드 케이크도 기대를 부른다.
오븐에 가득 줄을 세운 반듯함이 좋아 정사각형으로 만드는 쿠키도 별미다. 두 가지 치즈를 섞은 치즈, 설탕 옷을 입는 슈가, 카라멜라이징한 피칸을 시나몬과 갈아 넣은 시나몬 넛츠 등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도톰한 비스킷 모양의 쿠키는 산뜻한 티타임에 제격이다. 초코칩과 아몬드 초콜릿 등 적당한 달콤함도 커피 맛을 돋운다.
음료로 판매하는 레몬청이나 빨간기린의 식빵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딸기잼, 우유잼도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쉬는 날(일, 월요일)에도 새벽 5시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빨간기린의 비밀이다.
ⓒ빨간기린 인스타그램
2~3일 전에 예약하면 주문 가능한 제철과일 케이크도 꾸준히 인기다. 선물 받아 먹어본 이들의 재주문은 지역을 불문한 택배 요청으로 이어진다.
당일 먹어야 가장 맛있는 식빵과 두고 먹어도 맛이 깊어지는 구움 과자류의 조합이 조화롭다. 빵도 결국은 음식이다. 또 먹고 싶다는 말보다 더 빛나는 칭찬은 먹어보니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어진다는 마음일 것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