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수곡동 카페 '소노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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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13:56:22

[충북일보] 소노손손은 '손, 오, 손, 손' 손나영 대표 가족들의 성을 한 글자씩 가져와 붙인 이름이다. 청주 수곡동 골목 어귀에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가 인상적인 한 주택을 카페로 꾸미기 위해서는 온가족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붕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주택 계단을 디디기 좋은 철제로 바꿔 튼튼하게 재구성한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다. 식물원에라도 온 듯 푸르름으로 가득한 입구부터 실내를 채운 여러 개의 화분은 식집사로 오랜 세월 애정을 쏟아온 어머니의 손길로 유지된다. 편안하고 여유있는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와 조명 등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고민한 것은 언니다. 그렇게 완성된 소노손손 카페의 음료와 디저트 등 모든 메뉴는 마지막 손의 주인공 손나영 씨가 책임진다.
어려서부터 살았던 동네는 나영 씨에게 편안함이다. 청주에서도 수곡동이 가진 정취가 좋았다. 고요한 듯 하면서도 주택가의 친숙함이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 때문이다. 통창으로 내다 본 벽면을 가득 채운 담쟁이 넝쿨이 초록의 액자처럼 보이던 2018년의 어느 계절, 이 주택을 나영 씨가 꾸며갈 새로운 공간으로 낙점했다.

편안한 동네 분위기에 얹어 친구 집에 놀러가듯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랐다. 처음 와보는 이들도 익숙하게 들어설 수 있는 것은 그런 분위기가 카페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계절을 알리는 식물로 가득한 이 카페에 도착하기 까지의 과정도 재미있는 요소다. 주택가로 이어진 골목은 각각의 주택이 하나의 화원을 갖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보일 법한 식물도 주인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계절을 뽐낸다. 여러 집들을 지나며 여러 취향을 들여다 보며 걷는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재미다.
자연친화적 주택 소노손손에 반해 지난해 지붕 아래 자리잡은 제비는 올해도 찾아와 손님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얀 배경에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정해둔 소노손손에서는 음료에도 노랑을 한 스푼 올렸다. 단호박크림을 커피 위에 수북이 올려 크림부터 퍼지는 은은한 단맛이 시그니처다. 청으로 만든 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나영 씨의 취향이 메뉴에도 적용된다. 레몬을 착즙해 그대로 탄산과 섞어내는 레몬에이드나 계절별 생과일을 착즙해 제공하는 소노쥬스 등이 신선함 가득한 청량감을 전달한다.

소노손손 손나영 대표

직접 만든 요거트에 매장에서 굽는 그래놀라와 과일을 졸여 만든 잼, 제철과일 등을 한가득 올려 내놓는 소노요거트도 건강한 디저트를 찾는 이들에게 인기다.

애써 골목 어귀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소노손손만의 무언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게를 열기 전부터 준비한 것이 베이킹이다. 미술을 전공한 나영 씨는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 자신 있었다. 반죽을 하고 굽고 나누면 주변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그 맛을 인정했다.
ⓒ소노손손 인스타그램
포슬포슬한 식감에 보니밤을 넣어 밤 향기로 가득채운 네모밤이나 코코넛 가나슈를 품은 코코넛 파운드, 집에서 삶아 온 고구마를 으깨 달콤하게 속을 채운 네모구마 등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다. 스콘이나 마들렌, 까눌레, 치즈 스틱 등 구운 과자류도 나영 씨의 손맛으로 재구성 했다.

소노손손을 찾는 이들은 창밖을 보며 한껏 여유를 느끼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어린이 손님들의 추억이 쌓이는 공간도 있다. 언젠가 이 곳에서 사진과 그림 등 작은 전시회를 진행하는 것이 나영 씨의 꿈이다. 작품을 완성해도 마땅히 전시할 곳이 많지않았던 학생 시절의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남아서다. 전시의 대상은 학생들의 작품일수도, 나영 씨의 작품일수도 있다. 소노손손을 시작한 지 벌써 5년, 청주 수곡동에 친구는 없어도 친구 집에 놀러오듯 소노손손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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