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눈에 띄는 진한 초록색 간판에 우직한 표정의 하얀 곰이 인상적이다. 청주 곳곳에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곳은 요거트아이스크림 전문점 그린베어다.
열풍처럼 이어지는 요거트아이스크림의 인기가 그린베어 마니아들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 늘 먹던 디저트가 아니라 각자의 취향대로 토핑을 추가해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 많아서다.
보디빌더 선수 생활을 하던 장일준 대표는 헬스장 등 이전에 운영하던 사업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었다. 건강한 식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디저트는 일탈과도 같았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늦은 저녁 우연히 맛본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새 사업에 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무언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맛과 구성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하게 다시 생각나는 매력이 있었다. 생각은 나지만 완전한 내 맛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의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 시작했다.
그린베어 장일준 대표
분명 맛있는 디저트인데 아쉬움이 남았다. 어느 곳은 아이스크림의 맛이나 질감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어느 곳은 부실한 토핑에 화가 났다. 몇 숟가락의 토핑을 먹고 나면 녹아버린 아이스크림만 가득한 곳도 있었다.
수없이 많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뒤에는 자신감이 생겼다. 특별하고 푸짐한 토핑을 기반으로 훨씬 좋은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취급하는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 들어가려면 차별화가 있어야 했다. 그린베어는 아이스크림의 맛부터 결정했다. 단맛보다는 요거트 맛을 살려 상큼한 맛에 집중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맛의 배합과 입자의 차이가 중요했다. 서걱거리는 느낌이 남는 일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단점을 보완해 부드러운 질감도 살렸다. 요거트 맛이 나지만 제대로 아이스크림처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유의 질감을 잘 살린 덕에 그린베어에서는 토핑 없이 단독으로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몇 번 퍼먹으면 사라지는 부실한 토핑도 다르게 담았다. 냉동 과일을 조각으로 분쇄하다시피 작게 썰어 색채만 드문드문 보이는 가게들이 많았다. 그나마도 몇 숟가락 채우지 못했다. 건강한 디저트를 찾는 이들이 취지에 맞게 넉넉한 과일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큼지막한 크기로 생과일을 담는다. 후숙으로 당도를 높인 과일들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과일은 집에서 과일을 사 먹기 힘든 1인 가구나 젊은 층에 더욱 인기다. 간편하게 곁들이는 과일이 디저트의 격을 올린다. 복숭아, 블루베리, 멜론과 수박이 인기였던 여름을 넘어서자 부드러운 무화과의 과육이 사랑받았다.
몸 관리가 일상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제로 토핑도 추가했다. 디저트가 주는 막연한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는 제로 칼로리 과자들이 맛은 더하고 부담은 덜었다. 다른 가게에서도 속속 제로 토핑이 추가되는 것을 보며 올바른 판단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린베어 가경점 인스타그램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가장 잘 어울리는 토핑으로 꼽히는 벌집 꿀은 양봉장을 수소문해 직접 받아서 사용한다. 그린베어에서 설계한 시그니처는 구운 도넛과 꿀, 그래놀라를 곁들인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다. 식사를 대신할 만큼 든든한 만족감까지 맛볼 수 있다.
청주에서 운영중인 대부분의 매장이 밤 12시~새벽 2시까지 문을 열어두는 이유는 늦은 밤에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찾는 고객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술자리의 마무리로, 혹은 야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이들은 주변에 그 맛을 소개한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다는 묘한 중독성이 아이스크림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른 이유일 것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