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주니스커피를 찾아 들어선 이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원두를 고른다. 커피바 앞 테이블 위에 가지런한 원두들이 선택을 기다린다. 비교적 많은 선택지에도 어려움이 없는 이유는 원두마다 쓰여있는 자세한 설명이다. 각 원두가 자란 지역과 재배고도, 품종과 가공방식 등이 적힌 종이로 선택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뒷면에 쓰인 설명을 읽어보면 어느정도의 향과 맛을 가늠할 수 있어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르기 쉽다.
그마저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도움을 청하면 된다. 기꺼이 친절한 설명을 보탤 전수준 대표가 다양한 커피를 소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커피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시고 싶은 원두를 고르는 시간에 더해 선택한 원두를 분쇄하고 내리는 시간이다. 주니스커피의 분위기는 그 시간이 길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수십 년 동안 태권도장, 화원 등으로 쓰였던 오래된 건물이다. 내부를 헐고 큰 창을 만들며 새롭게 만든 이 곳은 나무색을 사용해 따뜻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묵직하게 안정감을 주는 편안한 테이블은 넓은 간격으로 각각의 영역을 확보했다.
매장 곳곳에 보이는 커다란 액자는 전 대표가 여행 중에 직접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 걸었다. 사진 속 장소와 계절 등이 보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때에 따라 다른 사진을 골라 걸기에 매장의 분위기도 조금씩 변한다. 유자와 페퍼민트티를 연하게 섞어 시원하게 제공하는 웰컴티는 커피를 마시기 전에 입을 헹궈주는 역할도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상쾌하게 만든다.
주니스커피는 호주에서 전 대표가 운영하던 카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2012년 호주로 떠난 수준 씨는 영어를 배우던 학원에서 우연히 커피머신을 처음 만졌다. 한국에서 하던 일에 염증을 느끼고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난 곳에서 만난 커피다. 처음부터 원두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순 없었지만 분쇄나 추출 등 과정이 잘못되면 몇 초 안에 즉각적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커피가 정직한 행위의 산물처럼 느껴졌다.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과정을 마쳐도 커피의 매력을 이기진 못했다. 커피의 진가를 알게 된 뒤 1.2평 규모의 작은 가게를 시작했다. 몇 년간 쉴새없이 바쁘게 손님을 맞고 이름을 알렸다. 바쁜만큼 돈은 벌었지만 온종일 소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타국의 방 한 칸은 기억 속 따뜻한 집이 아니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도시가 잠잠해 질 무렵 고향으로 돌아왔다.
ⓒ주니스커피 인스타그램
업계의 지인들이 많은 것도 한국에서의 커피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지인의 권유로 그가 운영하는 부산의 커피 전문점에서 함께 일하며 핸드드립과 커피바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강의와 강연 등으로 다각적인 커피의 세계를 경험했다.
호주에서의 경력 위에 쌓인 부산에서의 경험은 가게 운영 방침을 세우는 것에 큰 도움이 됐다. 청주에 공간을 준비한 뒤 두 달 간 떠났던 여행에서 세계 각지의 커피를 마셔보며 자신의 커피를 정의했다.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30명의 손님들을 먼저 초대해 주니스커피의 소개한 것도 독특하다. 4시간 가량 여러 커피를 내리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자연스레 이후에도 주니스커피를 즐기러 찾아오는 단골이 됐다. 매장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혼자서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이 유독 많이 보이는 것도 주니스커피의 색채다.
더 많은 이들과 커피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비정기적으로 매장에서 열리는 커피 세미나나 홈바리스타를 위한 수업 등 이벤트로 발현된다. 언제나 열려있는 카페로 기억되고 싶어 가게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열어둔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선택지가 늘었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