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펜스로 구획을 나누고 인조잔디를 깔아둔 작은 마당이 온통 고양이 차지다. 햇볕을 받으며 누운 고양이들이 나른하게 몸을 늘인다. 두어 마리 고양이를 보고 펜스에 다가서면 몇 마리 고양이가 코를 내민다. 그네 의자 위아래로 대여섯 마리가 더 움직인다. 에어컨 실외기 근처, 그늘막 아래, 캣 타워 근처에 있는 고양이까지 모두 헤아리는가 싶으면 실내와 이어지는 작은 통로로 드나드는 수 마리의 고양이들이 이내 숫자 세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70여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곳은 청주 주성동에 있는 고양이카페 '동네고양이'다. 품종묘들이 있는 일반적인 고양이카페와 달리 각각의 사연을 품은 길고양이들이 주인공이다. 동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길고양이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동네고양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곳에는 총관리인 최윤아 씨가 직접 구조하거나 부탁 때문에 맡게 된 고양이들이 대부분이다. 길 위에서 어려움에 부닥쳤던 고양이들이 윤아 씨를 만나 치료와 보호를 받으며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강아지만 키워왔던 윤아 씨가 처음 고양이에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2년 전이다. 길에 버려져 솜덩이처럼 웅크린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 손바닥만 한 고양이에게서 전해지는 미미한 따뜻함을 그냥 내려놓지 못했다.
조그마한 입에 더 작은 젖병을 물리고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에 기특한 마음이 앞섰다. 작은 길고양이가 열어놓은 마음은 다른 길고양이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다치고 아픈 동물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하나둘씩 구조해 치료하는 과정이 계속되자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만 십 수 마리에 이른다. 크고 작은 개와 고양이들이 모여 50여 마리의 동물들이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먹이고 치료하는 데 쓰이는 금액이 만만치 않아졌지만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본가도 마당이 있는 주택이지만 고양이들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서 시작된 것이 고양이카페 동네고양이다. 넓은 실내에 캣워커와 캣 타워 등을 설치한 방은 고양이들이 지칠 겨를 없이 누비는 놀이터다. 여러 마리가 한 번에 걷고 뛰어도 널찍한 공간 곳곳에 식빵을 굽듯 몸을 구겨 넣은 고양이도 보인다. 고양이들이 노는 공간과 조금 떨어진 방 두 개는 각각의 목적에 맞게 따로 운용한다. 몇 개의 케이스도 준비된 하나의 방은 눈이나 다리 등 신체의 일부가 없거나 다친 고양이들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시로 약을 투여하거나 집중 관리를 받아야 하는 고양이들은 한 곳에서 관리한다. 주인이 있지만 임시로 고양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정 기간 보호해 주는 고양이 호텔 공간도 다른 방에서 운영한다.
동네고양이 최윤아 대표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만큼 윤아 씨의 하루는 늘 분주하다. 새벽같이 나와 온 방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먹을 음식과 물 등을 관리해주는데 걸리는 시간만도 한나절이다. 관리가 필요한 고양이들을 챙기고 화장실을 정리하는 등 고양이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청결한 상태가 유지된다.
ⓒ동네고양이 인스타그램
1만 원의 입장료를 내고 동네고양이의 터줏대감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늘었다. 길이나 번식장에서 구조된 고양이들이 철저한 관리와 사랑을 받고 변화된 모습을 보며 따뜻한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여건이 안돼 집에서는 키울 수 없는 어린이들도 자주 이곳을 찾아와 고양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오랜 상담과 검증을 통해 입양도 진행하고 있다. 순간의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족이 되어줄 이들에게만 인연을 이어주는 것도 윤아씨의 역할이다. 안타까운 사연 속 길고양이들에게 동네고양이 카페는 제2의 고향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공간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