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타코맨'

#타코 #브리또 #퀘사디아 #칠리콘카르네 #살사 #나초 #풀드포크 #브리스킷

2023.07.11 17:02:59

ⓒ김희란기자
[충북일보] 아무리 노력해도 떨어지는 양상추와 치즈를 막을 수 없다. 토르티야(또띠아)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치즈를 손으로 꾹꾹 누르고 양손으로 감싼 뒤 고개를 45도 각도로 기울여 먹으라는 친절한 팁까지 그려 붙였지만 모든 이들의 테이블 위에는 몇 조각의 흔적이 남는다.

손님들은 각자의 자리에 고개를 비틀고 앉아 멋쩍은 웃음으로 눈을 마주치면서도 먹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신선한 채소와 고소하고 짭조름한 치즈, 각자가 선택한 고기류 등 토핑의 향연이 체면 불고한 식사 시간을 가능하게 한다.

타코를 만드는 사람, 청주 운천동의 타코맨은 운천동 골목 끝자락에 작은 멕시코 식당을 가져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남미에서 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길 어디쯤 자리한 휴게소에서 즐기는 타코와 퀘사디아, 브리토 등 간단한 미국식 멕시코 음식을 지향한다. 격식을 차리는 식사보다는 든든하면서도 가벼운 식사다.
윤성호 대표는 일식, 양식, 한식 등 다양한 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 순수 과학에 재미를 느껴 생물학을 전공한 그가 요식업을 택한 것은 졸업 무렵 공부를 더 할지 아니면 다른 진로를 찾을지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일단 취미로 좋아하던 요리를 직업으로 만나보니 열정이 더해졌다. 여러 분야의 요리 기법과 메뉴를 다루다 보니 응용하고 조합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고향인 청주로 돌아올 결심을 하며 가장 눈에 들어온 동네가 운천동이다. 도시 같지 않으면서도 접근성이 좋고 마을에 가까운 분위기임에도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았다. 그 안에서 접할 수 없는 음식을 찾던 중 다뤄본 적 있던 멕시코 음식이 떠올랐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자긍심에 소스 하나도 대충 만들지 않는다. 손목이 시큰거릴 만큼 수많은 칼집을 넣고 수 시간을 썰어대는 토마토와 양파는 박스로 가득한 양을 채워 두어도 하루 이틀 안에 반복하게 되는 일거리다. 숙성시킬 틈도 없이 신선하고 상큼한 살사 소스가 손님상에 오른다.

기본 제공되는 나초는 콘 토르티야를 바로 튀겨 따뜻한 상태로 상에 오른다. 옥수수 향 그대로 고소하게 튀긴 나초에 사워 소스와 살사 소스를 곁들여 낸다. 바삭한 나초로 소스를 듬뿍 떠 입안에 넣으면 제대로 멕시코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 셈이다.
타코와 퀘사디아, 브리토 등 주요 메뉴에 모두 들어가는 풀드포크와 브리스킷은 각각 밑간과 숙성 작업을 거쳐 오븐에 굽는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각각 6시간, 8시간 동안 구운 뒤 손으로 찢어 부드럽게 결을 느끼는 풀드포크와 얇게 썰어 고기와 양념의 풍미를 제대로 살린 브리스킷은 어떤 메뉴에 무엇과 함께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연출된다.

건강에 관한 관심을 반영해 특별히 추가한 속재료는 두부다. 타코를 구성하는 모든 재료가 비건에 어울리기에 고기 대신 두부를 넣으면 또 다른 기호까지 충족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으로 구성했다. 점차 두부 토핑을 찾는 손님의 비율이 올라가는 것으로 그 판단이 옳았음을 깨닫는다.
부재료는 같은 것을 택해도 아삭한 채소가 신선함을 더하는 타코와 눅진한 치즈가 바삭한 겉면에 더해지는 퀘사디아는 전혀 다른 맛을 전한다. 빼곡한 쌀알이 한 그릇은 될 듯한 브리토는 많은 여성 손님들이 채 먹지 못하고 포장을 부탁하는 푸짐한 메뉴다. 간단한 형태의 식사라도 부족함 없이 배부름을 느끼게 하고 싶은 성호 씨의 넉넉함 때문이다.

운천동의 타코맨은 멕시코 음식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익숙한 맛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머리를 기울여 한 입 가득 욱여넣는 아삭한 즐거움이 타코맨을 다시 찾게 만든다.

/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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