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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규

한국교통대 명예교수

2000년대 초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트로트 가요가 공전의 히트를 하며 전국의 노래방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요즈음 정치판을 보면서 이 노래 가사를 개사해 불러 본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결론적으로 정치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직업 정치인들은 오랫동안 정치판에 뛰어들어 나름대로 내공을 쌓으며 정치적인 능력과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의 능력과 수완으로 정치를 이끌어 가고 있는 줄로 알고 있고, 자신들이 국정의 오피니언 리더 임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의 현저한 특징은 선거철이 되면 고개를 숙이고,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굽신 거린다. 그러나 선거가 종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권자 위에 군림하면서 비정치 집단이 정치 상황에 대해 발언하면 정치 참여라고 갑론을박한다.

원론적으로 정치는 직업 정치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익과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 사회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정치는 직업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고, 그들만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사회적 관계는 나에게서 시작한다. 나에게서 나아가 가족으로, 이웃으로, 사회로 국가로 점진되는 사회적 관계를 잘 맺는 것이 바로 개인의 정치의 출발점이다. 나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정치를 잘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가족 안에서든, 어떤 공동체에서든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십분 성공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禮記·大學(예기·대학)》편에 나오는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유가 철학의 핵심 사상 중의 하나로 정치판의 고전처럼 인용되고 회자된다. 이 말은 "몸을 수양한 후에 집안이 다스려지고, 그 후에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그 후에 세상이 평화롭게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새겨볼 수 있다.

혹자들은 종종 "수신제가" 해야 "치국평천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즐겨 인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마음과 인품을 갈고닦아야 집안을 건사할 수 있고, 그런 후에라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그런 후에라야 세상을 화평하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수신"부터 "평천하"까지 일관된 시스템으로 보아야 한다. 때문에 개인의 마음과 인품 수양이 세상을 화평하게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단계인 것이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아니,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다. 개인의 마음과 인품을 갈고닦아 내치와 외치에 통달한 자라야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작금의 정치 지형은 너무 혼탁하고 무능하다. 정치를 오래 했다는 다선이든, 정치 신인이든 자신의 마음과 인품을 바르게 갈고닦은 자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 자기 수양에 실패한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하니 나라가 올바로 경륜될 수 없다.

탐욕의 화신들이 난무하는 전무후무한 정치판이다. 내 땅만, 내 집안만, 내 편만, 내 주머니만 챙겨서 대박 내려는 사람들 눈에 공동체의 이익과 안전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없다.

사상 유례가 없는 폭우로 곳곳이 초토화되고 부지기수의 생명을 잃었다. 자신의 마음과 인품을 수신(修身)한 정치인이라면 서둘러 재해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들을 끌어안고 진정으로 위로하는 따듯한 온정을 전달했을 것이다.

수신(修身)을 반듯하게 이룬 혜안의 정치로 난마같이 얽힌 정국을 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며, 민족 공동체의 이익을 지켜내는 정치 달인을 목청껏 호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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