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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안전은 말뿐이었다.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관행은 여전했다. 현장에선 '설마관행'이 이어졌다. 안전의 실천과 책임은 남의 일이었다. 사고 뒤엔 책임 떠넘기는 데만 급급했다.

*** 설마와 관행이 만든 위험

일요일 오전 참을 수가 없었다.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점심을 먹고 무작정 오송 지하차도로 달려갔다. 바리게이트가 차량 통행을 막는다. 농로를 따라 현장에 접근한다. 물대포가 붉은 황톳물을 내뿜는다. 지하차도 입구는 흙탕물로 가득 차 있다. 사고 대책본부가 가까이 보인다. 청주~세종 간 고가차도에 차들이 빼곡하다. 소방차, 버스, 방송 중계 차량 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가 늘어난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삽시간에 벌어진 참극이다. 제대로 손 한 번 써 볼 겨를도 없었다. 홍수경보 전까지 하천 임시제방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 제방이 무너져도 지하차도 진입차량에 대한 통제가 없었다.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사가 분명하다. 안전의식 미비로 또 소중한 생명들이 스러져갔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인재다. 믿기지 않는 참담한 사고다.

원인은 비교적 단순하다. 미호강은 홍수로 넘쳤다. 넘친 물은 공사 중인 교량 아래 통로를 따라 일반도로를 덮쳤다. 그 물이 제방 옆 넓은 들판으로 흘러들었다. 급기야 충북선 철도를 넘어 지하차도로 진입했다. 성난 파도처럼 밀려와 폭포처럼 떨어졌다. 그대로 지하차도로 흘러들어갔다. 거기엔 이미 차량 16대가 갇혀 있었다. 사이렌이 다시 울린다. 수색 작업 중 실종자를 또 발견한 것 같다.

슬픈 사이렌 소리다.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났다. 침수 때 지하 공간의 취약성을 무섭게 웅변한다. 미호강 물은 순식간에 지하차도를 꽉 채웠다. 천장까지 차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직접원인은 앞서 밝힌 대로다. 임시제방 붕괴다. 교량 시공사는 모래로 허술하게 쌓고 방수포로 덮었다. 빗물 자동 차단시설도 없었다. 배수펌프도 작동하지 않았다. 다른 침수사고 때와 똑같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기존의 미호천교 옆에 추가 다리 설치 공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제방 일부를 허물었다. 교각 설치 공사 때문이다. 시공사는 미호강 수위가 올라가자 흙을 더 쌓는 작업을 벌였다. 결국 그곳이 터치며 참사로 이어졌다. 하천 둑의 완벽한 복원을 미룬 '설마의 결과'다. 나쁜 관행이 만든 최악의 결과다. 충북도와 청주시, 관할 구청(흥덕구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 알고도 당하는 후진국형

기록적 집중호우가 매년 반복된다. 피해 양상도 비슷하다. 알고도 당하는 후진국형 재난이다. 그런데도 사고 후에 보면 관행적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늘 하던 대로 땜질만 대충 하고 있다. 결국 선량한 시민들이 물난리 속에서 허무하게 희생되곤 한다. 여름의 비극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망 사고는 사회에도 치명적인 피해로 다가온다.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이 제1의 가치가 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안전선진국'으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먼저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성숙한 안전 의식'을 바탕으로 한 용기와 실천이 필요하다. 설마는 늘 사람을 잡는다.

설마의 불행은 결국 잘못된 관행에 대한 경고다. 또 다른 비극을 마주하지 말라는 엄중한 충고다. 다시 불행한 과거로 돌아가면 헛일이다.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비극을 끊어내기 어렵다.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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