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푼젤 인스타그램
[충북일보] 시원한 디저트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다. 유명 프랜차이즈 외에도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동네마다 열렸고 빙수 전문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라는 말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사람이 많으니 한겨울에도 주문 받는 이들은 뜨거운 음료인지 차가운 음료인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청주 동남지구에서 지난해 문을 연 수제 젤라또 전문점 '러푼젤'을 운영하는 김은지 대표도 시원한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늘 아이스음료, 빙수, 아이스크림 등으로 입 안을 차게 식혔다. 유독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죄책감이 따라왔다. 한 두입은 맛있지만 지나친 단맛은 생각만큼 갈증을 없애주지도 않거니와 칼로리에 대한 부담과 첨가제에 대한 의심으로도 이어졌다.
직장 생활을 위해 서울로 향했던 20대 후반에서야 접하게 된 젤라또는 그간의 아이스크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쫀득한 질감이 입안에서 녹아내리며 던지는 맛은 재료 본연의 맛 그대로였다. 쌀이면 쌀의 고소함, 과일로 만든 소르베의 경우는 상큼하고 달콤한 과육이 온전히 느껴졌다. 깔끔한 뒷맛은 물론 덜어진 죄책감까지 시원한 디저트 최강의 만족도였다.
6년 간 일하던 회사생활을 정리하며 청주에서 맛보지 못했던 젤라또의 아쉬움을 풀어보고자 마음먹었다. 학원 다니며 기본을 익히고 자신만의 젤라또를 만들기위해 부단히 많은 재료를 갈고 섞고 얼렸다.
20가지가 넘는 맛을 완성했을 때 러푼젤을 열었다. 러푼젤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은 모두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러푼젤만의 메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만큼 다채로운 메뉴를 준비하는 것도 은지 씨의 전략이다.
자두와 수박, 복숭아 등 여름에 만날 수 있는 메뉴와 홍시, 귤 등 겨울의 제철 과일이 다르다. 과육 그대로를 높은 함량으로 넣어야 첨가물 없이도 충분한 과일 맛이 난다. 1년 내내 만날 수 있는 과일은 백향과와 망고, 딸기, 블루베리 등이다. 후숙이 필요한 과일은 매장에서 직접 후숙을 거쳐 가장 맛있을 때 손질하고 갈아 넣어 얼린다.
부모님이 농사 지은 산머루도 매장에 가져와 메뉴로 담았다. 보다 건강한 디저트를 위한 고민은 부재료 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은지 대표
옥수수나 단호박은 찌고, 고구마는 구워서 갈아 넣는다. 본연의 단맛과 스프를 먹는 것처럼 진한 풍미가 아이스크림으로 시원하게 재탄생한다.
평소에 먹어본 합이 좋은 식재료도 아이스크림에 담기위해 노력한 결과 특색있는 메뉴로 쌓였다. 팥을 삶아서 갈고 버터를 녹여 섞는 앙버터나 무화과로 잼을 졸여 크림치즈와 섞어내는 무화과크림치즈는 러푼젤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맛이다. 입안에서 즐거운 식감을 위해 수백번의 시도로 농도와 비율을 조절했다.
쑥과 미숫가루, 누룽지, 들깨 등 손님들의 요청에 의해 탄생한 고소한 맛도 인기다. 쫀득한 젤라또의 질감에 고소한 가루가 섞여 마치 떡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특색있다. 음료로만 맛보던 미숫가루나 칼국수나 수제비로 접하던 들깨의 구수함이 입 안에서 시원하게 퍼지며 익숙한 맛을 새로운 경험으로 담는다.
초등학생들도 선뜻 들어와 자연스레 맛을 고른다. 우유, 딸기, 초콜릿 등 아이스크림의 전통 강자인 기본적인 맛을 선택하는 것은 어린이 손님들이 많다.
러푼젤은 모든 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만들어 사랑을 퍼담은 젤라또라는 의미다. 온통 굳은살로 단단해진 은지 씨의 손에서 상큼하고 달콤한, 때론 쫀득한 러푼젤식 정성과 사랑이 한 스쿱씩 쌓인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