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비하동 반려견푸드연구소 '댕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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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13:50:18

[충북일보] 댕밀헌은 다소 복잡한 조합의 이름이다. 멍멍이의 멍멍과 모양이 비슷해 강아지를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한글 '댕댕이'와 식사를 뜻하는 영어 '밀(meal)', 집을 뜻하는 한자 '헌(軒)'을 조합해 만들었다. 권수진 대표가 반려견의 음식을 만드는 집을 구상하며 오래 고민한 결과다. 수제 간식도 만들긴 하지만 간식의 개념보다는 식사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간간이 먹는 특식이라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밥에 반려견별로 맞춤식 영양을 담는 것이다.
수진 씨는 강아지마다 다른 체질이나 상황에 맞게 영양을 고려한 맞춤형 식사 메뉴를 구성해주는 반려견 영양사라고 할 수 있다. 손님들의 의뢰를 받고 식단을 짜주는 영업 방식은 낯설 수 있지만 충분한 상담과 연구를 통해 최적의 식단을 제공한다. 조리된 제품을 진열해두고 팔면 접근은 쉽겠지만 맞춤형 식단의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레시피에 중점을 뒀다.

레시피가 완성되면 기호성 테스트를 거친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먹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잘 먹어줄 만한 대체 재료를 찾고 성분검사 결과도 받아 볼 수 있다. 조리가 어려워 완성품을 만들어 가고 싶으면 댕밀헌에서 수진 씨와 함께 만들어 가도 된다. 수술이 끝나 보양이 필요하거나 질환이 있어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강아지들에게 특히 필요한 것이 맞춤형 식단이다.
댕밀헌의 이름과 영업 방식만큼이나 공간도 이색적이다. 강아지 안전문이 한 번 더 설치된 실내에 들어서면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정보 단말기)와 수제 간식이 채워진 냉장고 하나가 전부다. 처마와 툇마루, 창호가 한옥처럼 꾸며진 벽면은 방석과 강아지 한복, 반상 등을 두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뒀다. 마땅히 자기 자리인 것처럼 마루 위로 뛰어오른 강아지들이 인생 사진을 위해 자세를 잡는다.

키오스크 옆 작은 문 너머로 닫아둔 곳은 음식을 만드는 장소다. 수진 씨가 작업하고 있어도 손님들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무인 매장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강아지와 사진 촬영만을 위해 찾아와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주인의 모습을 감춘 배려다.
ⓒ댕밀헌 인스타그램
안쪽 벽면에 적힌 화려한 이력도 눈에 띈다. 펫 아로마 상담사, 애견미용사, 반려동물영양전문강사 마스터, 반려견 지도사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자격증과 수료 이력이 빼곡하게 적혔다. 반려견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진 씨는 어려서부터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함께할 수 없었다. 공동주택에서 짖는 동물은 안된다는 부모님의 만류에 강아지를 대신할만한 여러 동물을 돌봤다. 다람쥐, 십자매, 거북이, 토끼 등 함께 해본 여러 동물을 최고의 방법으로 열심히 길러냈다. 대부분 새끼를 보기까지 했으니 투명한 결과다.

강아지에 대한 아쉬움을 애견미용사로 일하며 채우다 지금의 반려견 아잉이를 만났다. 더 잘 해주고 싶어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한 것이 이력으로 쌓였다.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시작한 지도 교육으로 자격증을 따고 운동과 교육을 병행하다 보니 음식에 관한 관심도 생겼다. 운동만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부족했다. 좋은 먹거리가 잘 키우는 일의 완성이었다.
강아지가 먹을 음식은 사람이 먹는 것만큼이나 까다롭다. 간식에 들어가는 닭, 오리, 말, 소, 캥거루 고기와 가자미, 명태, 갈치 등도 재료에 따라 달리 손질한다. 살을 바르고 염분을 제거하고 고온에 말리거나 찌는 일의 연속이다. 댕밀헌에서는 시판 제품에 많이 들어있는 브로콜리, 당근, 단호박 등 대신 콜리플라워, 팽이버섯, 파프리카 등으로 영양소를 맞춘다. 다른 제품과 겸해서 먹여도 영양의 충돌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비트, 쑥, 치자, 딸기 가루 등으로 색을 입혀 보기에도 좋다. 훈련하기 좋게 잘게 찢기는 질감도 고려했다.

그림같이 예쁜 모양보다는 반려견이 익숙할 맛과 모양에 신경을 썼다. 통 먹는 것이 없다는 강아지도 댕밀헌의 간식에 식욕을 찾으니 입 짧은 강아지를 키우는 다른 손님도 입소문을 듣고 댕밀헌을 향한다. 잘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마음은 비단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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