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율량동 이자카야 '사카바초'

#사케소믈리에 #사시미모리아와세 #술과음식 #청주사시미

2021.08.17 13:30:14

사카바초 조민상 대표

[충북일보] 저녁 6시에 문을 여는 이자카야 사카바초의 주방이 낮부터 분주하다. 주인장 혼자서 바삐 움직이며 주방 곳곳을 누빈다. 새벽 노량진에서 좋은 물건을 가져온 날이면 발걸음은 더 경쾌하다. 계절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십여 가지 생선이 열을 맞춘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손질과 숙성을 거쳐야 가장 좋은 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 피와 골수를 빼고 손질을 마치면 어떤 생선은 다시마로 감싸고 어떤 생선은 일일이 가시를 뽑아낸다.

잠시 후에는 또 다른 재료가 등장한다. 소고기를 다져 30번가량 치대고 동그란 멘치가스를 만드는가 하면 닭고기와 연골을 갈아 뭉친 뒤 꼬치에 꽂기도 한다.
ⓒ#사카바초
사카바초는 오너쉐프 조민상 대표가 운영하는 1인 업장이지만 30가지 이상의 메뉴가 있다. 주메뉴는 사시미모리아와세 이지만 이자카야의 기본 구성은 모두 갖추고 싶은 주인장의 욕심 때문이다. 11가지에서 13가지 구성으로 준비하는 사시미만 해도 수십 번의 손길이 필요하건만 몇 가지 국물 요리와 튀김 요리, 꼬치와 볶음 등의 메뉴가 든든하게 메뉴판을 채웠다.

사카바(さかば)는 일본어로 술집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조민상 대표의 조를 붙이려다 '뛰어넘다' 는 뜻의 초(超)에 마음을 굳혔다. 스스로를 뛰어넘으며 만들어 가려는 가게의 구상과 맞아 떨어졌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직장을 다니던 조 대표는 서른 즈음에 좋아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봤다. 어린 시절 아르바이트로 접했던 주방에서의 설레던 마음이 기억났다. 식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으로 늘 바쁘게 움직이던 주방의 공기가 떠올랐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지인들의 역할도 컸다. 성인이 된 후 다양한 음식과 술을 접하면서 이자카야의 매력에 빠졌다.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유명 이자카야의 주방에서 일을 배우며 막연했던 즐거움은 확신이 됐다. 같은 재료도 손질하는 방식이나 조리하는 사람의 구상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늦은 나이에 배움을 시작하며 부당한 처우나 현실도 느꼈지만 남들보다 덜 자고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상쇄시켰다.

청주의 이자카야에서 흔히 사시미 메뉴로 구성하는 것은 두 세 가지 종류의 생선이다. 사카바초의 사시미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 10여 종 이상으로 준비한다. 비교적 호불호가 없는 흰살생선 위주로 그릇을 채우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기 어렵더라도 청어나 정어리, 고등어 등의 등 푸른 생선이 주는 고소함과 풍미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재료 수급이 여의치 않고 손질에도 어려움이 따르지만 사카바초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맛을 내세운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술과 음식을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가게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했던 사케에도 노력과 시간을 더해 전문성을 높였다.

사케 소믈리에라고 불리는 키키자케시(KIKISAKE-SHI) 자격을 취득한 뒤 10여 종으로 시작했던 취급 사케 종류는 50여 가지로 늘었다. 준비하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손님의 세분된 취향에 맞춰 추천하고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다.
직접 구매한 술과 함께 사카바초의 음식을 즐기고자 하는 손님도 있다. 이들을 위한 콜키지 서비스 시 가져오는 술에 따라 잔 세팅과 적정 온도 등을 한눈에 알아채는 것도 조 대표의 안목이다.

술맛의 미묘한 차이에 어울리는 요리 연구도 쉬지 않는다. 되도록 자주 새벽의 노량진을 찾는 이유다. 신선한 식재료를 발견해 가져오며 메뉴를 구상하고 머릿속의 맛을 구현해 메뉴판의 한정 메뉴로 담아내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 계절과 재료에 따라 다른 무언가가 메뉴판에 이름을 올린다.

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는 조 대표의 '열심'은 적어도 노력이 부족해서 문 닫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사카바초의 결심이었다. 매번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꾸준함이 오늘도 사카바초의 문을 연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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