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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27 18:51:13
  • 최종수정2023.08.27 18:51:13
[충북일보]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설·추석 농축산물 선물 가격이 또 올라간다. 정부는 법 제정 1년 만인 2017년 12월 시행령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10만원으로 올렸다. 한우·화훼업 매출 하락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21년에는 설날·추석 기간 가액을 2배로 상향했다. 이번엔 농·축·수산물 선물 금액을 현재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올 추석에는 30만원까지 한도가 올라가는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1일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29일 국무위원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농·축·수산물의 선물 가격 한도를 높인 건 나쁘지 않다.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기존 상한액에 맞춰 선물세트를 제작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업계 상인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식사비 3만원은 그대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불만스럽다. 당연히 식사비도 함께 인상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 사이 각종 식품 재료비는 큰 폭으로 인상됐다. 음식 값도 일제히 올랐다. 직장인들이 1만원으로 점심 먹기도 어렵다. 결국 서로를 위한 개정이 형평성에 맞지 않게 됐다. 최저시급도 법 도입 시점보다 60% 가까이 올랐다. 내년에는 최저시급이 거의 1만 원에 육박한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큰 고초를 겪었다. 방역정책 강화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저녁 시간 대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했다.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일만한 시기인데 또다시 찬물을 맞게 됐다. 상생의 법이라면 식사비 제한액 상향 조정도 필요하다. 오른 물가만큼 식사비 현실화 요구는 당연하다.

김영란법이 정한 식비 3만원은 2003년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을 참고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누가 봐도 현실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 숫자다. 농·축·수산 분야만 예외로 한 것도 논란이다. 법의 기본인 보편타당성과 합리성에 배치된다. 김영란법은 올해 시행 7년 차를 맞았다. 부정청탁 문화 개선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경제 현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법이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걸 알면서도 명절 때만 돈을 쓰라고 부추기는 건 어불성설이다. 부정한 돈이나 물건을 받고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는 뇌물죄로 처벌하면 된다. 김영란법은 과잉 입법에 따른 실효성 논란이 분분하다. 상당수 규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면 다른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명절 때마다 선물 가격 상한을 높이거나 품목을 추가하는 건 생색내기용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회적 비용 낭비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관련 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개정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너무 잦은 시행령 개정은 자칫 입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잦은 시행령 개정보다는 차라리 법 개정이나 폐지가 나을 수도 있다.

생활물가는 쉼도 없이 치솟고 있다. 그런데 법이 정한 식사비는 7년째 그대로다. 물가는 뛰는데, 법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공직자 등이 식사비 한도를 어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다시 말해 입건되지 않은 범죄가 많다는 얘기다. '요즘 누가 경조사비를 5만원만 내느냐'는 푸념도 쏟아진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으면 걸릴 일이 없다는 점에서 무용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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