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전통주 양조장 '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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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1 13:42:01

[충북일보] 'HWARAK' 작은 주황색 간판에 하얀색으로 쓰인 알파벳 6글자가 전부다. 별다른 설명 없는 이곳의 정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소품샵 같기도 하고 사무실 같기도 한 깨끗한 외관이다.

지나는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독특한 향기가 새어나온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 구수하고 향긋한 술 익는 냄새다. 작은 사무실 유리 너머로 여러 설비를 오가며 움직이는 사람이 보인다.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만나는 도심속 전통주 양조장이다. 충북 지역 재료를 사용해 술을 빚는 지역특산주 양조장 '화락'은 지난 2022년 청해주조로 시작해 지난해 화락으로 이름을 바꿨다.
술은 하나의 장치다.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주현석 대표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심도깊은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는 술을 관심있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늘 먹는 익숙한 술 대신 특색있고 맛있는 술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뜻을 모았다.

교육기관에서 주류 제조 과정을 수료하고 여러 양조장에서 특유의 사교성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얻었다. 1년 여의 시간은 수련이 필요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하되 보편적으로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지역을 대표하는 술로 만들기 위해 청주에서 생산하는 청원생명쌀을 사용했다. 씻어 불린 쌀을 찌고 식혀 물과 전통 누룩, 효모를 섞어 발효시키는 과정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물의 경도와 온도, 시간의 변화는 커다란 결과의 차이로 돌아왔다.

발효의 정도를 선택하는 것도 일이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다른 막걸리들과 차별화를 위해 2~3주의 발효를 거친 뒤 1주일 간의 숙성까지 더했다. 향미가 깊으면서 탄산이 없고 유통기한이 긴 특성을 만들어냈다.

적당한 도수도 중요했다. 목넘김이 부드러우면서 기분좋은 과일향이 나는 달곰하고 상큼한 맛에 집중했다. 지나치지 않은 산미와 맛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전통주를 즐기는 방법도 기성세대와는 달라진 청년들을 주소비층으로 설정했다. 오랜 시도 끝에 묵직하면서도 은은한 향긋함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청춘7도'가 세상에 나왔다.
ⓒ화락 인스타그램
'청춘7도' 라는 이름은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청춘에서 가져왔다. 막상 청춘의 시기를 지날 때는 만끽하지 못하고 훗날 그리움으로나 돌아보는 아름다움이 아쉬워 선택한 이름이다. 누구나 청춘을 충분히 음미하며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은 판로 확대를 위한 분주한 발품 팔기에 나섰다. 제품을 싣고 서울 경기권 주점과 음식점 등 시음 영업에 공을 들였다. '화락'이 선택한 발효의 맛에 스며든 이들이 매장에 청춘7도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그 맛을 찾으며 길지 않은 시간 뒤 도매상과 몇몇 판매처로도 연결됐다. 아쉬움, 그리움, 즐거움을 모두 어우르는 특색있는 막걸리는 곧 화락의 대표 상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단일 주종 생산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으로 준비한 제품은 도수를 조금 낮추고 가벼움을 더한 '마르골'이다. 맑은고을 청주를 순우리말로 표현한 마르골은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으로 어떤 음식과 함께 즐겨도 어울리는 술로 제조했다.

'어울릴 화(和), 즐거울 락(樂)'이라는 의미에 맞게 술공방도 운영한다. 전통주에 관심이 있어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이들이 도심 속 양조장을 찾아 자신의 술을 만들어보고 집으로 가져간 뒤 각자의 기호대로 발효시킨 술을 즐긴다. 여럿이 어울릴수록 즐거움이 솟는다.

청주에서 자란 좋은 쌀을 가득 담아 전통누룩으로 발효시킨 젊은 술이 화락 양조장에서 지역색을 입는다. 누구나 쉽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을 내놓기 위한 청년들의 청춘이 향긋하게 익어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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