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사창동 마늘똥집 '너구리'

#통마늘똥집 #삼치구이 #똥반오반 #국산통마늘 #닭근위

2021.12.07 16:54:10

[충북일보] 대학가는 변화가 빠르다. 매년 새로운 청년들이 유입되는 대학 인근의 골목은 어느 번화가보다 먼저 유행에 반응한다. 유행을 좇는 가게들이 문을 열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시류에 민감한 젊은 층을 흡수하기 위해 골목의 색채는 수시로 변한다.

때로는 유행하는 메뉴로 채워진 식당과 술집이 한바탕 휩쓸기도 하고, 시끌벅적한 음악을 내세운 장소가 골목을 떠들썩하게 채우며 연일 길게 늘어선 대기열을 만들기도 했다.

수요가 보장된 몇몇 편의점과 식당을 제외한 업종은 한 자리를 오래 지키기 어렵다. 충북대 중문 골목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청주에서 손꼽히는 유흥가였지만 세월이 쌓인 가게는 얼마 남지 않았다. 수많은 젊은이가 각각의 추억을 만들고 떠난 이 골목에는 04학번부터 21학번까지 공통의 추억으로 새길 장소가 있다. 닭똥집과 삼치구이로 유명한 '너구리'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너구리라는 이름의 간판 아래 약간은 어두운 실내, 포장마차 같은 테이블과 의자, 10여 년 전 가수의 주류 포스터도 그대로다. 벽지처럼 겹겹이 굳어진 벽 위의 낙서에는 누군가의 그 날이 적혀있다.

어깨높이의 가벽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두루마리 화장지마저 그 시절 감성을 위해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 수년 만에 다시 찾아도 어제 온 듯 익숙한 추억의 장소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충북대너구리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너구리는 통마늘 똥집과 삼치구이로 유명해졌다. 소세지야채볶음이나 과일 화채, 치킨 등 흔한 안주 메뉴 사이에서 간결하고 독특한 메뉴 구성으로 대학생들을 사로잡았다. 매년 3월과 9월, 개강 시즌이면 선배가 후배에게 소개하는 대학가 맛집으로 십 수년간 명맥을 이었다.

처음 오는 사람을 데리고 온 단골이 내 가게처럼 뿌듯하게 너구리를 소개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4년째 너구리를 이끄는 강동규 대표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던 동규 씨는 어디에서나 성실함으로 각인된 청년이었다. 몇 번이나 정직원을 권유받고도 학업을 위해 거절했지만 너구리에서는 마음이 동했다.
메뉴를 고르는 가게가 아니라 메뉴를 정하고 찾아오는 가게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3~4년간 접객을 전담하며 홀 관리 전반과 운영을 익힌 뒤 결국에는 가게를 넘겨받았다.

육거리 시장에서 공수하는 국내산 마늘과 얼리지 않은 신선한 닭똥집이 맛의 핵심이다. 닭똥집을 주메뉴로 하기에 가능한 식재료 관리다. 일일이 세척하고 손질해 쫄깃하지만 질기지 않은 최적의 식감을 만든다. 흔한 소금구이나 매운 양념이 아니라 달콤하고 짭짤한 양념도 너구리의 맛이다. 포일에 감싸 테이블에 오르면 선물을 풀 듯 조심스레 걷어내는 손님들의 입가에는 설렘의 미소가 따른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삼치구이는 손바닥이나 팔뚝과 비교한 손님들의 인증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청주에서 제일 크다고 자부할만큼 두툼하고 긴 삼치를 통으로 담백하게 구워낸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한 배달 서비스로 너구리를 향한 손님들의 향수를 피부로 느꼈다. "식어도 좋으니 배달만 해 달라" 거나 "집에서도 추억의 맛을 느끼게 해줘 고맙다"는 인사가 이어진다. 타지에 살지만 옛 연애 장소를 찾아 오는 부부나, 몇 겹을 꽁꽁 싸달라며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지역까지 포장해 가는 손님들도 너구리의 존재 이유다.

동규씨에게 너구리는 지키고 싶은 장소다. 오랜 단골들에게 뿌듯함을 주는 가게로 남으면서도 오늘을 기억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이 되고자 한다. 신선한 재료에 대한 자부심은 흔한 재료를 특별한 맛으로 만든다.

뜨끈한 철판 위로 달콤하고 짭짤한 선물이 포일에 싸인다. 받아든 손님이 포일을 여는 순간 새로운 추억이 너구리에 쌓인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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