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忠)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2014.08.04 17:13:22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난 체하는 소리 같지만 사실이었다. 영화 '명량'이 연일 한국영화사의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에 대한 얘기다. 일 년 전쯤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으로 나오는 영화가 제작된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중학생 시절 극장에서 김진규 주연의 '성웅 이순신'을 보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이 절로 떠올랐다. 그동안 이순신에 대한 드라마도 있었고 책도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장군의 명성에 걸맞는, 연전연승의 해전을 실감나게 다룬 영화는 없었다. 더구나 가장 위대한 해전인 '명량대첩'만을 다루게 된다는 소식에 감독이나 제작자가 제대로 짚었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의 전사 없이 영화가 종료될 수 있기에 영웅을 잃어야 하는 관객의 상실감을 달래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한 중국의 '적벽대전'이나 '조자룡' 등 삼국지 관련 영화를 보면서 우리도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대첩 중 몇 가지로도 영화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제작 발표를 보고 감독이 마치 내 의중을 읽은 것 같아 내심 무척 반갑고 기뻤다. 가끔 영화가 어떻게 진척되고 있나 인터넷에서 검색까지 해가며 이 영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명량' 관객 122만이 들었다는 지난 토요일 우리 가족도 그 집계표에 머릿수를 보태며 '명량'을 보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바다는 곧 아픔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명량'의 바다는 잠시 그 아픔을 잊게 하였다.

'명량'의 흥행 요소로 많은 이들이 손꼽는 것들이 있다. 리더십 부재, 모범은커녕 앞장서 부패를 저지르는 일부 정치인들, 대다수 평범한 시민들이 지키는 기본 원칙마저도 위반하는 것이 당연한 특권이고 도리인 양 살아왔던 각료 지명자들……. 소위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리더들의 이런 행태에 무력감과 허탈에 빠졌던 국민들이 이순신 장군의 살신성인의 리더십에 열광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속 장군의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의 울림은 강력한 것이었다. 결국 이순신의 충은 단순히 나라와 임금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에게로 바쳐지는 충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백성을 위한 충의 마음이라면 우리의 현 지도자나 몇몇 정치인들도 그에 못지않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 마음이 백성의 생명과 이익을 위해 실제로 발현되려면 전 시스템에 대한 상황이해와 통제 및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된다는 점이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는 그 바탕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은 그의 지독한 성실성과 근면함, 내면적 성찰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는 명령만 내리고 참모들만 들볶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명령 속에서 시행될 하부구조 시스템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군량미의 몇 되까지 '난중일기'에 기록한 사람이었다.

하루하루의 치밀한 성실성과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내적 성찰, 과학적 전술전략, 그리고 백성을 생각하는 순정의 마음이 '위대한 이순신'을 만들었고, 그 마음은 500여 년의 시공을 초월해 지금 온 국민의 마음을 위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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