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가 그리운 세상

2013.07.01 16:21:14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2년 전, 지금 이맘 때 독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변화막측한 날씨로 일 년에 약 50일 가량만 하늘과 바다가 길을 열어 주어야만 독도 접안이 가능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처음 가는 여행길에 독도에 오를 수 있었다.

독도는 오래된 고성(古城)처럼 초록의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웅혼한 섬 독도는 바닷물로 금방 온 몸을 헹군 것처럼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수정처럼 깨끗한 바닷물과 환상적인 독도의 비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니, 좀처럼 믿겨지지 않았다. 사람들과 섞여 나도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셔터소리와 괭이갈매기 울음소리가 뒤섞여 묘한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얼굴바위가 눈에 들어오니 조금은 생경했다.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전사의 형상처럼 멀리 바다 건너 일본을 노려보고 있는 듯 했다.

푸른 동해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독도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염원이라면, 동쪽 바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홀로 솟아 있는 독도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내 가슴 속에 오랜 동안 품었던 독도를 다가가서 만져볼 요량이었다. 접안 시간은 약 20분 정도였다. 관광객을 태우고 온 배가 길게 고동을 울리자, 방문객들은 못내 아쉬운 듯 느릿느릿 배에 올랐다. 난, 그때까지도 연신 독도의 풍광을 담기에 여념 없었다.

독도가 서서히 시야에서 멀어질 무렵까지도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던 난, 그만 무릎을 '딱' 치고 말았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독도에서도 난 육안(肉眼)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음을 깨달았다. 기계를 통해 만난 독도 풍경은 TV나 사진을 통해 수없이 보았던 풍경이지 않는가. 잠깐의 시간이지만, 여유 있게 독도와 직접 눈을 맞추며 호흡하고 교감할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주변 동료들과 함께 독도를 눈으로 보며 감상을 나눌 기회도 잃어버렸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일요일 아침에도 두 아이들은 여전히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작은 아이는 밥을 먹다가도 저 혼자 '낄낄'거리고 있고, 큰 아이는 이어폰을 낀 채 흥얼거리며 밥을 먹는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스마트폰이 애들을 다 망쳐." "아빠는 아빠의 세상이 있고, 우린 우리의 세상이 있는 거잖아요."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아빠의 세상과 아이들의 세상은 따로 구별되어 있는 것일까. 지금 아이들의 세상은 스마트폰에서 존재하나보다. 하긴 그 속에서 친구도 만나고 재미있는 놀이(게임)도 즐길 수 있으니 그런 소리가 영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일과 중 친구를 만나 마음껏 놀 시간이 없는 요즈음 아이들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과 같은 물질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그나마 행복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서로 말로 약속을 하고,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에서 뛰어 놀았다. 적어도 신(神)이 창조해 놓은 그대로의 세상에서 놀았다. 하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사람(人)이 만든 인위적 세상에서 논다. 어쩐지 허전하다.

2년 전, 내가 본 독도도 결국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독도였다. 이제 다시 독도를 가게 된다면, 스마트폰도 카메라도 가방에 넣어둔 채 눈으로 마음으로 독도를 담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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