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2013.11.18 14:42:51

수능이 끝났다. 대학입시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야흐로 시작되는 겨울이 저들에게는 고난의 계절이 될 것이다. 예전 나의 대학 입시 즈음의 풍경이 떠오른다. 벌써 삼십여 년 전의 일이 되었건만 예비고사를 치르기 전 날의 떨리던 가슴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날 밤부터 긴장이 되어서 심지어 어머니에게 내 방에 같이 있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공부했던 것이 전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알고 있는 내용도 하나 없이 백지 상태가 된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무섭기만 했던 것이다.

주변에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들을 흔히 본다. 지인의 딸도 삼수를 했는데 이번 수능에서 시험지를 받아드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제대로 문제를 못 풀었다고 한다. 시험을 치른 당사자 뿐 아니라 그 엄마도 며칠을 몸져 누웠다. 유난히 교육열이 강한 우리나라는 이렇듯 대학입시철이면 온 국민이 몸살을 앓게 되는 것 같다.

전에 어느 유명한 목사님 설교를 들을 때였다. 그분도 대학에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너무 낙심이 되어서 강물로 뛰어내릴 결심을 하고 다리 한가운데 섰는데, 시퍼런 물이 무서워 차마 뛰어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여 사범대에 들어가 선생님이 되었다가, 지금은 교계의 존경받는 목사님이 되었다. 그러니 인생의 행로는 정말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시험을 잘 못 본 수험생들과 그 부모님들에게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이제 스물의 문턱에 있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무엇을 못할까 싶다. 지금 그 나이의 젊은이들은 인생 100세 시대를 살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 시작도 아니고 겨우 출발선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것이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진심어린 열정만 있다면, 지금 넘어졌다 해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다. 걸려 넘어진 돌이 디딤돌이 되고, 도약대가 되며 발판이 될 수 있다. 야생화도 척박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꽃이 가장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야생화 사진작가 김정명 씨의 말에 의하면 절벽이나 바위 틈에 핀 꽃이 색깔도 가장 곱고 향기도 진하다고 한다. 그가 강원도 정선에서 처음 발견한 동강할미꽃은 아슬아슬한 석회암 절벽의 바위 틈에 피어 있었다고 한다. 보통 할미꽃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하늘을 향해 얼굴을 든 보랏빛이 감도는 진분홍 할미꽃은 너무도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꽃이라도 평지에서 자라는 것은 색깔과 향이 그만 못하다는 것이다.

겨울이 길고 혹독할수록 야생화의 색깔과 향기가 더 진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입시의 문턱에서 좌절하거나 낙담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더 진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단련 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모든 수험생들에게 정진규 시인의 '별'이라는 시를 들려주고 싶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