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힘

2013.10.14 15:21:29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라는 말을 하지 마세요. '사랑해' 라는 문자도 보내지 마세요. '좋아요'도 누르지 마세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당신 없인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면 오직, 운전만 하세요."

운전을 하다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공익광고다. 밑도 끝도 없이 '보고 싶어'란 말도, '사랑해'란 말도 하지 말라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호기심이 일어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의문이 점점 증폭되는 순간,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당신 없인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면 오직 운전만 하세요."라는 반전의 결말에 그만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한마디로 '운전 중에는 허튼 짓 하지 말고 운전에만 열중하라'라는 말을 비유와 역설적 기법을 이용해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론 부분에 운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다.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말도 당신 없이 무의미하다.'라는 문구 하나에 듣는 사람들은 그만 껌뻑 넘어가고 만다. 감성을 건드린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다.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오기 시작한 3월, 미국 맨하탄 다리에서 한 거지가 추위에 떨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구걸을 하고 있었다. 목에 걸린 팻말에는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를 잃었고 앞도 보지 못합니다. 불쌍히 여기시고, 한 푼 도와주십시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맨하탄 다리를 산책하던 한 시인(詩人)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거지에게 말했다.

"내가 다른 글을 써 주겠소. 그럼 지금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거지의 목에 걸린 팻말을 벗겨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시인은 팻말 뒤쪽에 생각난 듯이 어떤 글을 적더니 다시 거지의 목에 걸어주고는 사라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다시 산책을 하던 시인은 자신이 써준 팻말을 목에 걸고 있는 거지를 발견했다.

"한 달 전에 팻말에 글을 써준 사람입니다. 그전보다 돈이 더 잘 벌리던가요?"

그러자 그 거지는 깜짝 놀라며 시인의 다리를 붙잡고 외쳤다.

"선생님, 도대체 어떤 귀신같은 글을 써놓으셨기에, 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청하건대, 제게 한 번 읽어봐 주십시오."

그러자 시인은 자신이 적어 놓았던 팻말의 글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지금 맨하탄 다리에 아름다운 봄이 오고 있지만, 나는 그 봄을 볼 수 없습니다."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같지만, 시인의 글에는 감성이 짠하게 녹아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볼 수 없다'는 의미와 '봄을 볼 수 없다'는 표현의 차이는 실로 크다.

'나를 찾아가는 감성치유'를 쓴 강윤희 소장은 감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려운 상황을 참으며 마음에 품고 있는 소망을 이루어가는 내공,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인생을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근력, 감성은 삶의 근력을 의미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따듯한 감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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