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노래하라

2013.03.18 15:32:41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김연아의 연기는 신의 몸짓이었고, 시상식의 애국가는 경건하고 숭고하게 울려 퍼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금발머리에 눈 푸른 이방의 여인들(캐나다 런던 시 여성합창단)이 한마음으로 입을 모아 대한민국을 찬양하며 노래했다. 역대 올림픽에서도 보지 못한 감동적 장면이었다. 애국가 마지막 소절에서는 연아 선수도 눈물을 살짝 닦아냈다.

17일 오전,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시작될 즈음 내 손에도 땀이 배어났다. 내 가족이 경기를 펼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긴장되고 땀까지 나는 걸까. 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동족이란 혈연의 유대감은 이리도 끈끈한 것이었다.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지켜보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동시에 전율이 일었다. 단순히 피겨가 아니라 빙판 위의 발레 독무를 보는 듯 했다. 외신들의 상찬이 이어졌다. 마치 어느 언론 매체가 가장 멋진 찬사를 바치는지 경합이라도 벌이는 듯 했다.

"전기가 튀는 듯한 엄청난 기량"(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메일), "발에 영혼이 깃들여져 있다"(워싱턴 포스트), "김연아의 기술은 압도적이었고 점프할 땐 우아하게 꽃과 꽃 사이를 넘나드는 벌 같았다. 인간으로서 가능할까 싶은 자세에서도 그녀의 스핀은 빠르고 경쾌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도 어려운 연기였다. 레미제라블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레미제라블 그 자체였다."(AP 통신), '이것은 2개의 대회였다. 하나는 연아의 대회였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대회였다."(미국 시카고 트리뷴), 일본의 네티즌 또한 "아사다 마오의 연기에는 윤기가 없었다" "김연아가 압도적이다"라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북한 출신 신문기자 강철환의 요덕 수용소 체험을 담은 '수용소의 노래'라는 책에 보면 수용소에 갇혀 생활하던 일본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열악하다 못해 처참한 수용소 환경은 누구라도 못 견딜 일이지만 특히 일본인 여성들은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한국인 여성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한국 여성들의 정신력이 무척 강하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김연아가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외신들의 찬양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뿌듯한 자긍심을 느낄 만큼 대단한 것들이었다. "여왕에게 경배하라" "한국에서 온 살아 숨 쉬는 예술품" 등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찬사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각인되었던 것은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우리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건넸던 인사였다. "한국 여성은 참 강인하다." 그저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는 칭찬이었지만 이는 우리 한국 여성의 특질을 한 마디로 간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김연아 선수가 대단한 것은 꿈을 다 이루고도, 늘 꿈을 놓지 않는 인간적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꿈'을 강연하는 드림온 콘서트의 김미경 강사는 '돈 없는 사람'이 아니라 '꿈 없는 사람'이 루저라고 한다.

김연아 선수의 우승이 값진 것은 비단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뿐만 아니라 '꿈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으로 국민들에게 힘과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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