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찌노에키(道の驛)

2014.01.27 16:15:07

윤기윤

수필가

"농촌 맞아? 어떻게 논밭에 비닐조각 하나 보이지 않지·"

일본에서 만난 농촌의 풍경은 방금 세수를 막 끝낸 민낯처럼 그저 정갈했다. 함께 여행하던 동료의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 탄성이었다. 우리의 농촌에 흔히 여기저기 쌓여 있는 쓰레기나, 찢겨 날아다니는 비닐봉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작은 시골집 앞마당에는 으레 몇 그루씩 조경수가 심어져 있어 운치를 더했다. 그냥 마당에 심어놓으면 저절로 자라 풍성해지는 우리 농촌의 감나무나 유실수와는 느낌이 달랐다. 손으로 일일이 다듬은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우리네 울 안의 자연스런 나무 풍경 또한 그대로 좋지만, 바쁜 농촌 일손을 생각하면 앞마당 정원을 가꾸며, 쉴 새 없이 도로며 논과 밭을 정돈하고 말끔하게 정리해 놓은 풍경에 그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부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국도변에 설치한 작은 휴게소, 미찌노에키(道の驛)를 만나면서였다.

미찌노에키(道の驛)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도로변 휴게소와 별반 다른 것은 없었다. 우리나라의 도로변 휴게소는 작은 편의점 기능과 화장실 그리고 주유소를 합쳐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미찌노에키(道の驛)도 초창기에는 그렇게 출발했다. 1993년 4월 일본 전역에서 103곳이 처음 등록한 이래 매년 증가해 지금은 무려 1천개 가까운 시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 상품은 오직 이 지방 미찌노에키(道の驛)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큐슈의 중앙에 위치한 아소산에서 벳부로 이동 중,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 옆 미찌노에키에서 만난 일본인 와다 유타카(42)씨의 말이다. 그는 오사카에서 큐슈로 온천여행 중 이곳을 들렀다고 했다. 일본 전역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희소성 뒤에는 지역 농민들의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식당과 연계된 매장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우유, 요구르트, 이케야마 생수, 지역농산물로 만든 과자, 빵 등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미찌노에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가격이 도시의 대형마트보다 쌀 뿐 아니라 당일 수확한 싱싱한 채소나 과일 등을 생산자 실명으로 거래한다는 점이다.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천하는 안전한 먹거리의 요람인 셈이다. 반면 지역에서 특화되어 가공된 수제 식품들은 일반 공장 제품보다 두 배나 비싸다. 하나하나 정성 어린 손길이 가미된 때문이다.

우리 충북도 어느 지역보다 '농촌 살리기 운동'이 절실한 지역이다. 도시에 비해 농촌의 풍성한 혜택은 바로 천혜의 자연이다. 농촌의 산과 들은 그대로 무한한 자원인 셈이다. 그 자원을 제대로 살리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 그런 까닭에 제천의 '산야초마을'은 좋은 예다. 산야초마을의 산파역을 한 '약초생활건강'의 김태권 대표는 산에서 나는 약초를 이용해 샴푸와 화장품, 비누, 약초베개, 향기주머니, 약초차 등을 개발 특성화시켜 연간 3만 명이 찾는 유명한 전통 농촌테마마을로 만들었다.

이제 충북 곳곳의 도로변에 퇴락해가고 있는 허름한 휴게소를 눈여겨볼 때다. 일본 여행 중 내내 '미찌노에키(道の驛)를 벤치마킹하여 우리 고장의 농업 특산물판매소, 관광안내소, 향토음식점, 문화재전시관 등의 장소로 활성화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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