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힘

2013.04.15 15:20:38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며칠 전, 메이저리그 추신수 선수 경기가 화제가 되었지요. 현재 추신수 선수는 신시내티 레즈의 1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데 원래 포지션은 우익수였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클리블랜드에서 우익수로 활약하며 뛰어난 타격을 보여줘 여러 메이저리그 팀에서 탐을 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올해 우승을 노리는 신시내티 레즈는 리드오프(lead-off : 야구에서 1번 타자를 이르는 말)로 여겨지는 추신수 선수를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왔습니다. 작년 클리블랜드 선수시절 음주파문으로 적잖은 고생을 겪었던 그였습니다. 절치부심, 시련을 이겨낸 그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야구장으로 돌아왔고 매 경기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 되어 온 추신수 선수에게 한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중견수지요. 과거 시애틀매리너스 시절 단 7차례만 중견수를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견수는 무엇보다 수비범위가 넓고 우익수와 좌익수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5툴(five-tool : 타격정확도, 장타력, 수비능력, 송구능력, 주루능력) 플레이어로 유명한 추신수지만, 중견수로써 가장 중요한 경험이 일천하기에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미국의 주요 매스컴도 추신수의 중견수 문제를 다루면서 '모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요번 주에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중견수인 추신수 선수가 공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일어난 연이은 실책이어서 팬들과 동료선수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추신수 본인의 좌절감은 어땠을까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기에 경기 후, 좋은 먹잇감을 만난 매스컴의 집중포화로 인한 후폭풍은 충분히 예견되었지요.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동료들과 감독 그리고 단장의 따뜻한 위로의 말들 때문이었지요.

"추, 오늘 놓친 공보다 앞으로 잡을 공이 훨씬 더 많다. 오늘 실책은 잊어버려라."

경기를 마치고 라커에 돌아오니 자케티 단장이 추신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 말입니다. 또한 동료 제이 부르스도 한마디 거들었지요. "누구나 실책은 할 수 있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라고 했고, 신시내티의 간판 내야수 브랜든 필립스는 "추신수 선수는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중요한 순간마다 안타를 쳐줬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오늘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위로했지요.

그날 모든 신시내티 야구팬을 우울하게 했던 두 번의 실수는 동료들의 위로와 추신수 선수의 분투로 결국 승리로 마감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신시내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추신수가 부담을 갖지 않게끔 노력해줬다. 그래서 9회에 9득점을 얻어 이길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린다."

올해 공연 2천회, 8년째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 '빨래'는 삶의 상처와 슬픔은 사람들이 함께 할 때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자신의 실수를 빨래처럼 깨끗이 털어내고 동료들과 함께 멋진 미래를 열어가는 추신수 선수의 모습을 새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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