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청주 산남동 수제초콜릿 카페 '앗녕초콜릿'

2019.05.14 13:25:31

ⓒ앗녕초콜릿 인스타그램
[충북일보] #수제초콜릿 #청주초콜릿공방 #초콜릿카페 #쪼꼬쪼꼬

초콜릿은 다소 억울하다. 충치, 여드름, 비만 등 오랜 세월 준 초콜릿이 쌓아온 편견의 틀이 '초콜릿'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누명은 설탕과 지방으로부터 비롯됐다. 카카오 버터와 카카오매스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진짜' 초콜릿 대신 유통 편의상 설탕과 지방을 섞어 만든 다양한 형태의 준 초콜릿들이 오랜 세월 초콜릿의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수제 초콜릿은 상대적으로 설탕 함유량이 적고 카카오 함량이 높다. 수제 초콜릿 가게가 속속 생겨나면서 대중의 오해는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청주 서원구 산남동 어느 골목에 있는 '앗녕 초콜릿' 권효주 대표는 초콜릿의 진짜 모습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안녕'이라는 단어는 헤어짐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조금 더 발랄한 느낌의 '앗녕'을 택했다. 학창시절 친구와 문자로 주고받던 귀여운 인사를 떠올려서다.
마트나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초콜릿들을 좋아하던 효주씨가 처음 수제 초콜릿을 접한 건 20대 초반 일본 여행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들어선 어느 골목 작은 가게에서 만난 수제 초콜릿은 그동안 좋아했던 시판 초콜릿들과는 차원이 다른 음식이었다.

엄지와 검지를 동글게 말아 넣은 정도의 작은 크기로 예쁜 그릇에 담긴 디저트였다. 입안에 퍼지는 헤이즐넛 향과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초콜릿의 식감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여행의 감흥이 사라진 뒤에도 혀끝에 닿았던 기억은 남았다.

이름도 모르는 초콜릿 검색을 거듭해 서울까지 찾아 나섰다. 여러 번 먹어본 뒤에야 그것이 헤이즐넛 프랄린이라는 종류의 초콜릿임을 알았다.

종종 서울로 초콜릿 원정을 다니다 청주의 한 초콜릿 카페를 알게 됐다. 1년쯤 그곳에서 일하며 초콜릿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한입에 쏙 넣어 잠시의 달콤함을 주는 작은 초콜릿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짧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헤이즐넛 프랄린은 견과류인 헤이즐넛을 설탕, 물과 함께 끓이고 식혀 그것을 갈아내야 비로소 초콜릿에 들어갈 재료의 완성이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초콜릿은 적합한 시간과 과정을 만났을 때만 반짝임으로 응답했다.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거칠게 표현했다. 작은 몸 여러 곳에 균열이 일어나거나 하얗게 부서지는 일도 있었다.

예민한 초콜릿을 다루면서 지칠 법도 했지만 동그랗고 까맣게 반짝이는 귀여움이 효주 씨를 북돋웠다. 지금도 여전히 성형을 마치고 쪼르르 서 있는 초콜릿을 볼 때마다 완성되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게 된다는 그다.

카페로는 조금 이른 오전 8시 반에 문을 여는 '앗녕초콜릿'이다. 대부분의 하루는 식사 대용으로 커피 한잔과 견과류 초콜릿을 사러 들르는 출근길 직장인들로 시작된다.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초콜릿을 만드는 엄마들의 모습도 보인다. 밤 9시 문을 닫기 전까지 많은 이들이 당 충전을 위해 골목으로 찾아든다.
수제 초콜릿을 처음 접해보는 중년 남성들도 많다. 커피 한잔을 위해 들어왔다가 우연히 파베초콜릿을 맛보고는 생각보다 달지 않은 묘한 달콤함에 끌려 몇 상자씩 집으로 챙겨가는 이들도 있다.

효주 씨의 초콜릿은 다양한 속 재료를 품고 있다. 쫀득하게 씹히고 어느새 녹아버리는 베스트셀러 파베초콜릿 이외에도 과일이나 견과류를 넣은 초콜릿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효주씨는 언제나 메뉴 개발 중이다. 감기에 걸려 생강차나 유자차를 마시다가도 초콜릿에 접목했다. 몇 번이고 농도를 다시 맞추고 초콜릿에 어울리는 제형으로 만들어 결국 앗녕초콜릿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으로 완성했다.

빵과 함께 즉석에서 구워내 빵을 가르면 초콜릿이 주르륵 흐르는 '초콜릿 퐁당'도 새로운 디저트를 찾는 이들에게 주목받는다. 흔히 볼 수 있는 핫초코 음료도 '앗녕초콜릿'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조합을 자랑한다.

'앗녕초콜릿'에서 소개하는 효주씨의 초콜릿은 단순한 수제 초콜릿이 아니다. 애정을 담아 수많은 시도 끝에 만들어낸 효주씨만의 작품들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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