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2024.04.28 14:55:58

안호종

프리랜서

여행 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줄글로 소개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사람이 절반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1. 친한친구 두 명과 유럽에서 만나기. 한 번은 먼저 헝가리에 출장나와있는 친구를 만나러 출국. 다른 한 번은 내가 체류하고 있던 오스트리아에 나를 만나러 온 친구와 놀기. 친한 친구들을 전혀 색다른 공간에서 만나니 우정이 샘솟는 느낌.

2. 포르투갈에서 여자친구 만들기. 한인민박 스탭으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기. 덕분인지 인생여행지로 꼽을 수 있다.

3. 전쟁 중인 러시아 놀러가서 국경마다 잡혀 심문 당하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방심한 틈을 타 조사실로 끌려가서 심문 당하기.

4. 핀란드에서 로컬 주민들과 사우나 하기. 'Sauna'가 핀어인 것을 처음 알게 됨. 남녀노소 공용 사우나에서 다 벗고 사우나 하기. 그리고 얼어붙은 바다에 들어가서 몸을 식힌다.

5. 유심 카드 없이 10개국 넘게 여행하기. 하면 할 수 있다.

6. 죽기 전에 다시 안가면 후회할 것 같은, 안 유명한 관광지 다시 가기. 북 마케도니아가 그랬다. 여행 초에 갔을 때 만났던 한국말 할 줄 아는 여자 꼬마애들을 다시 갔을 때 또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그 순간만은 내가 영화 주인공이었음을.

7. 포르투갈, 독일 친구와 국경 넘어가며 같이 여행 하기. 2개국에 걸쳐 같이 하이킹 하며 우정을 차곡차곡 쌓았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인가. Francesca양과 Catarina양의 무운을 빈다.

8. 터키에서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친구를 만났다. 그는 나에게 "터키는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항상 싸운다"는 말을 해주었다. 눈물이 핑 돌았었다.

9.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Airbnb로 숙박을 했었다. 가정집에 방을 하나 빌렸는데 마침 호스트 부부가 비슷한 나이대여서 매우 친해졌다. 터키의 명절에 호스트 부부의 고향이 나의 여행 동선과 겹쳤다. 여자 호스트의 부모님 집과 한국을 좋아하는 여자 호스트 사촌의 집에 초대받았던 일. 같이 여행도 하고, 현지인 집에 초대받아 밥을 계속 얻어먹으며 잠도 자고 온 일. 16살인 사촌동생 Yezda는 이미 나에게 가족이다. 대학을 한국으로 올 계획인데, 물심양면 10배로 갚아야 한다.

10. 네이버나 구글맵에 후기가 단 한개도 나와있지 않은 도시 여행해보기. 매우 모험적이었지만 가치 있었다.

11. 국경을 넘다보니 다음 도시에 밤 12시 30분에 도착했었던 일. 역시 관광객이 있을리가 없는 마을에 비가 많이 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슬리퍼를 신은 채 3㎞를 걸으며 숙소 찾기. 유심도 없는데 감에 의지해 숙소 찾다가 들개들에게 습격 받기. 강형욱씨 유투브에서 봤던 스킬로 기지를 발휘해 기 싸움에서 승리해 탈출하기. 길을 물으려 쓰레기를 집 앞 마당에서 정리하고 계시던 아주머니한테 말 걸자 아주머니가 사색이 되셔서 도망가신 일. 지금 생각해도 너무 죄송하다. 결국 숙소를 못찾아 주유소 마트에서 노숙한 일. 비에 젖어 떨던 나를 위해 히터를 틀어주고 차를 내어주던 고마운 사람들. 다음날 아침에 직접 환전까지 해주면서 택시까지 태워서 보내주셨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같은 구간 택시를 내가 낸 금액의 다섯배를 냈던 한국인 부부가 있었다. 동승했던 현지인에게 얘기하고 대신 사과받기. 사과 받으려던 건 아니었어요.

12. 이란 단체 관광객 100여 명과 함께 관광선(?)을 탔던 일. 내가 소개한 이름인 'Ho'를 배위에서 계속 다같이 외쳐, 어쩔 수 없이 이란 전통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촬영 당한 일. 부끄럽지만 그 날 너무 좋은 기억이 가득하다.

13. 유명하지만 외딴 터키의 한 관광지에서 100㎞ 넘게 히치하이킹 했던 일. 무려 히치하이킹 환승도 했다. 16세 끽연가 Burak, Eren형님들만 믿다가 큰일 날 뻔 했다.

14. 연예인 체험 하기. 터키 남부와 이란 시리아 국민들에게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환대 받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연예인 포즈를 짓고 있음.

15. 한국과 같이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통한 러시아 친구에게 한국 업체 소개해주기. 우리 Kostas의 전 여자친구는 아영씨였다. 아영씨 코스타스가 아직도 아영씨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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