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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독일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거액의 상금을 걸고 흥미로운 공모전을 실시했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10만 유로가 생긴다면 얼마나 멋지게 돈을 쓸 것인가?' 방송국은 청취자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람에게 10만 유로를 지급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공모가 시작되자 각양각색의 글들이 방송사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상금을 받으면 우주여행을 가겠다, 무인도를 사서 1년 동안 로빈슨 크루소가 되겠다, 프러포즈 광고를 만들어 TV에 방송하겠다, 속옷 박물관을 만들겠다 등등. 아이부터 주부, 할아버지, 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응모에 참여했습니다. 공모는 성황리에 마감되었고, 과연 누가 거액의 상금을 거머쥘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됐습니다.

그런데 당선자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젊은이도, 지식이 풍부한 대학교수도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응모자를 제치고 상금을 차지한 주인공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트럭 운전사였습니다. 과연 그의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상금의 4분의 3인 7만5천 유로를, 자신을 뽑아준 독일 시민들을 위해 하늘에서 뿌리겠다는 기상천외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며칠 후 마을 광장에서 기중기에 올라탄 채 7만5천 유로를 광장에 모여든 군중을 향해서 뿌렸습니다.

정치인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싶은 이야기입니다. 선거 전에는 공약을 봇물 쏟듯 내뱉어 놓고는 선거가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행태가 이어지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해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기에 막대한 권한을 지니는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연예인이 거짓을 말하면 그동안의 활발한 활동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뭇 대중의 차가운 손가락질만 쏟아져 매장되기 십상입니다. 일반 국민이 거짓말을 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면 사기죄로 고발되어 처벌받게 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신성한 국회에서 거짓말을 해도 면죄부를 받습니다. 이른바 면책특권이죠.

낯 뜨거움과 창피함은 그들을 잘못 뽑은 국민의 몫입니다. 언론과 국민, 사회단체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거짓을 말한 당사자는 결코 반성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는 면책특권임을 주장하며 낯 뜨거운 변명을 내세워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안간힘을 씁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는 것인데, 지금이라도 저들이 입법기관입네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만들어 놓은 도에 넘치는 많은 특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특히, 보좌관의 수를 대폭 줄여 절감된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2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마음속으로 기원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자, 불법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한 자,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자, 함부로 남을 폄훼하는 자,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자, 선거 때만 대중에게 나타나는 자, 즉, 선량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자들이 걸러지길 기대했는데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22대 국회에서도 변함없이 자격 미달이거나 인간성이 저급하거나 입이 가벼운 자들이 국민의 대표를 참칭하며 신성한 국회를 모독하겠지요. 그 꼴을 또 변함없이 지켜보아야 한다니, 한숨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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