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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정권이 바뀌자 지상파 방송들이 한동안 너무도 시끄러웠지요. 사장들에게 칼을 겨누며 전 정권을 추종하던 하수인들이니 물러나라고 윽박지르면서 상당 기간 동안 제작 거부에 돌입해 시청자들은 죄도 없이 재방송되는 영상물을 지루하게 보아야 했습니다. 시청료 납부를 거부할 방법이 있다면 정말로 따르고 싶은 기간이었지요.

사장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물러난 연후에야 방송 제작은 재개되었는데 필자가 알기로 해당 방송사들은 방송을 정상화하면서 이렇다 할 사과 방송을 내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연속 방송물을 예고할 때에도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서 광고하곤 하는 그들이 공영방송을 자처하면서도 장기간 시청자들에게 '폐를 끼친데' 대한 사과 방송을 격식을 갖추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방송들은 바뀐 사장들의 성향만큼이나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고 기를 씁니다. 참으로 가관입니다. 오죽하면 해당 방송국의 노조가 '과거 보도한 내용 가운데 불공정 사례를 조사해 징계하겠다고 한다. 정상화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을 정권에게 바쳐, 자신의 영달을 도모한 자들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는 성명까지 발표했을까요.

꼴불견인 것은 역점을 두는 시사프로그램의 출연진입니다. 평소 현 정권의 탄생에 맹활약을 했다고 자부하는 그들은 독특한 외모를 선보이며 등장해 자신감에 가득 차서는 독특한 견해를 풀어놓곤 하더군요.

방송들은 북한과 관련해서도 모든 견해를 현 정권과 나란히 하려고 노력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런 현상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인사들이 줄지어 내려왔을 때부터 보편화되었지요. 심지어 이미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된 사건을 다시 들춰내어 엉뚱한 방향으로 결론을 유도하려는 시도까지 보이더군요.

통일부는 지난 2월 발간한 통일교육 교재 '북한 이해' 최신판에서 북한 도발에 관한 장(章)을 통째로 뺀 것은 물론 북한 인권 관련 부분을 대폭 축소하면서 북한체제를 규정하는 표현들 가운데 '독재', '세습'을 아예 빼버리거나 다른 단어로 대체했는데 이를 제대로 보도하는 지상파 방송이 없었습니다. 일부러 관심을 가지고 며칠 동안의 뉴스를 자세히 시청했지만 거론되질 않았습니다.

권력과 언론기관이 유착하는 행태는 후진국이나 사회주의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폐단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보수정권이거나 진보정권이거나를 막론하고 같은 모습을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공영방송의 파당화(派黨化)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폐'이기에 걱정이 큽니다.

'지상파 방송은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의 유형들 중 가장 공식적이고 중요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매체이며 그 정점에 정치적 독립, 다원주의, 공정성 같은 가치들(공익)을 극대 실현하기 위한 목적이 존재하기에 공영방송으로 자리매김한다. 방통 융합, 다매체 다채널화가 진전될수록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 이념, 문화, 사상, 정보가 교류되고, 가장 중요한 쟁점들이 숙의되는 공론장이자 미디어들의 지표이기에 공영방송의 역할은 한층 중시된다고 할 것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21세기 한국 사회와 공영방송'이란 논문에서 기술한 내용입니다. 지상파 방송의 중요성이 이와 같기에 필자의 불만은 정당성을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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