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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문득, 문화계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리스트에 오른 개인과 단체의 정부지원금을 부당하게 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변호인인 남편 박성엽 변호사가 생각나는군요. 정확히 그들이 보였다는 법정에서의 눈물이 생각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던 결심 공판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은 최후 진술 도중 울먹이며 말했다지요.

"탄핵 당한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특검 측의 주장은 참기 힘들다."

필자는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의 변론이 두고두고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답니다.

"변호사 생활 30여 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형사 법정에 한 번도 서 본 적이 없다.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오히려 잘 설명해 주시는 등 이해해 준 재판부에게 감사드린다.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신문 보도가 나온 이후 하루하루 안타까움에 시달렸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한 적이 없다'라고 외치는 것뿐이었다. 특검 조사를 받고 보니 정말 많은 오해가 쌓였구나 생각했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영장실질심사 당일 조 전 장관에게 잘 다녀오라고 했으나 그날 이후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이 사건에 전념하고,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도 저와 동일한 상황에 놓이면 아마 똑같이 했을 것이다. 배우자란 같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등 운명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이 구속된 후 텅 빈 방 안에서 제가 느낀 것은 '지켜주겠다'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이었다."

남편의 변론을 지켜보던 조 전 장관은 준비한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지요. 변론이 끝난 뒤 부부는 서로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더군요.

장황하게 박성엽 변호사의 변론을 모두 소개한 것은 그들의 순애보를 다시금 엿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시 읽어보아도 '잘 다녀오라고 했으나 그날 이후 집에서 볼 수 없었다'라는 표현이나 '텅 빈 방 안에서 제가 느낀 것은 지켜주겠다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이었다'라는 부분에 이르면 저절로 콧날이 시큰해집니다.

눈물겨운 읍소가 통했는지 아니면 조 전 장관의 죄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해 조 전 장관을 바로 석방했고 그 후 둘은 세인들의 입방아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부부는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마주 하며 많은 생각에 잠기겠지요.

요즘도 블랙리스트 때문에 세간이 시끄럽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이 앞 다투어 나서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더군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과거부터 죽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사례가 존재했던 것 아닌가요· 정확하게 명단까지 작성해 놓고 불이익을 주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진보측이 집권하면 보수측 인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보수측이 집권하면 진보측 인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닌가요.

문인들의 전국적인 조직체로 두 단체가 있답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이 두 단체가 집권 세력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랍니다. 정치인이 아닌 문화예술인이 굳이 남과 다른 불이익을 당했다면 '왜 그랬을까' 당사자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자세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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