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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오랜 세월이 지난 먼 과거 속의 어느 하루 중 있었던 실수지만 아직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텔레비전 앞에 몇이 모여 축구 경기를 시청하던 중 느닷없이 필자가 축구 경기를 ‘삭서’로 발음했던 것입니다. 함께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필자에게 모아지면서 그 중 바른말하기 좋아하는 한 친구가 참지 못하고 한 마디를 하더군요. “삭서가 아니고 사커지.” 얼굴이 화끈했습니다. 그즈음 한창 유행하던 ‘토틀 사커(Total Soccer)’라는 말이 중계 당시에도 해설자와 아나운서의 입을 통해 계속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엉뚱한 발음을 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무식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왔다 싶어 너무도 황망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분명 잘 알고 있고 자주 사용하던 ‘사커’를 왜 ‘삭서’로 발음했던 것인지 지금 와서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되질 않습니다.

또 있습니다. 컴퓨터가 한창 보급되던 시절, 유능한 동료로부터 컴퓨터 활용에 대해 배우던 중 ‘엑시트(exit)’를 ‘익사이트’로 발음했던 것입니다. 발음을 듣던 상대방의 황당해 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익사이트(excite)’는 엄연히 다른 뜻을 가졌기에 당연한 반응이었겠지요. 잘못 발음한 것이 부끄러워 시간이 지난 뒤에 영한사전을 뒤져보니 다행히(?) ‘엑시트’를 ‘익사이트’로 발음하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보편화된 발음이 ‘엑시트’이기에 아무리 컴퓨터가 일반에게 막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였다곤 하지만 눈만 뜨면 사용하는 용어를 엉뚱하게 발음하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그러한 오발탄이 자극이 되었던 것일까요. 이후,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을까 무척이나 조심하게 되더군요. ‘금호문화’라는 곳의 청탁을 받고 단편소설인 ‘찔레꽃이 붉은가요?’를 만들 때입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 주던 못 믿을 사람아.’ ‘찔레꽃’이라는 노래가사입니다. 평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자라는 동안 붉은 찔레꽃을 본 기억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전을 훑더라도 한결같이 ‘찔레나무에는 오뉴월에 흰 꽃이 핀다’고 적혀 있거든요. 그런데도 많은 수필가며 시인, 소설가들이 ‘찔레꽃이 붉게 물든 화창한 봄날에’ 하고는 오류가 분명한 표현을 자신의 작품 속에 떳떳하게(?) 사용하더군요.

이러한 오류를 표본삼아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고 싶었는데 정말로 붉게 피는 찔레꽃은 없는 것인지 도통 자신이 없었습니다. 또 오발탄을 쏘아 올릴까 싶어 두려웠던 것입니다. 해서 백방으로 문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 있는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필자처럼 진작부터 찔레꽃이 붉다는 노래 가사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는, 자신이 전문 서적이며 전문가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틀림없이 붉은 꽃이 피는 찔레나무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찔레나무가 속한 장미목은 찔레과와 해당화과․장미과로 하위분류되는데, 대중가요 작사자가 가사를 채보하는 과정에서 남쪽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당화를 찔레나무로 잘못 생각하고는 노래 가사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이라고 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후로 필자가 여러 서적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한반도에 붉은 찔레꽃이 존재하긴 하는데 극히 드물어 보통명사가 될 순 없기에 용기를 내어 위에 소개한 제목의 소설을 만들어 발표했었습니다. 다시는 잘못 쏘아 올린 오발탄을 만들고 싶지 않아 기울인 노력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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