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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11 14:55:23
  • 최종수정2024.03.11 14:55:23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자네, 코페르니쿠스 알고 있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라면 잘 알죠."

"그럼, 아리스타르코스는 알고 있나?"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지요.

"그 역시 태양중심설을 주창한 사람이네. 하지만 역사는 아리스타르코스가 아니라 코페르니쿠스를 지동설의 발견자로 기록하고 있지."

"코페르니쿠스보다 지동설을 늦게 발표했나 보군요."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일세. 아리스타르코스는 기원전 3세기 인물이네."

"기원전 3세기에 지동설을 연구했다고요?"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그래.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도 천동설에 의문을 품은 과학자들이 존재했지.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어. 천동설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은 꽤나 심도 있는 이론이었네. 이론의 완성도만 따진다면 아리스타르코스나 코페르니쿠스도 프톨레마이오스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까."

노인은 손수건으로 안경알을 닦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천동설이란 바위에 계란을 던졌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이들이 이단아 취급을 받으며 바위에 깨지고 상처받았지. 상처를 받은 게 계란뿐이었을까? 계속되는 계란 세례에 바위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지. 그러다 결국 코페르니쿠스라는 마지막 계란이 바위를 깨뜨린 거야. 코페르니쿠스는 최초가 아니라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된 거네."

레이먼드 조가 지은 '관계의 힘'에 나오는 이야기를 일부분의 내용을 바꾸어 기술했습니다. 위의 내용을 읽으면 필자는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워 먹기'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함께 '어부지리'라는 사자성어도 뒤따릅니다. 어부지리는 도요새가 무명조개의 속살을 먹으려고 부리를 조가비 안에 넣는 순간 무명조개가 몸체를 꼭 다물고 부리를 놓아주지 않는 틈을 타 어부가 둘 다 잡아 이익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 사실은 중국 전국시대에 연나라에 흉년이 들어 국력이 약해지자, 그 틈을 타 조나라가 연나라를 침공하려 하자, 다급해진 연나라의 왕이 조나라로 사신을 보내 침공하지 않도록 위의 조개 이야기를 예화로 하여 설득한 데서 유래하였다지요.

각설하고, 총선이 다가오자 정치권이 또 요동치고 있습니다. 신당 창당 소식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이합집산을 전하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한 가지 이슈가 등장하면 그것을 두고 아전인수격 해석이 뒤를 잇고, 곁들여 낙관론과 비관론이 함께 고개를 쳐들며 엄지를 세우기도 하고 찬물을 끼얹기도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거대한 두 정당이 힘 싸움하는 틈새를 이용해 주워 먹거나 어부지리를 얻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로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국회의원이 된 비례대표들 말입니다. 슬그머니 모체(?)에 끼어든 그들은 차기 총선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으려고 얼마나 많은 모순을 만들어 냈습니까?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온갖 비웃음거리를 끊임없이 생산해 국회의원의 무게를 현저히 떨어뜨렸지요. 22대 총선에서는 코페르니쿠스처럼 주워 먹거나 어부지리를 얻는 어릿광대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애초부터 글러 먹은 바람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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