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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함을 사회 곳곳의 틈바구니에서 수시로 목격하게 되지만 이를 젊은이들의 다양한 취미생활에서도 종종 엿보게 됩니다. 이 나라 국민 소득이 북한이나 필리핀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빈한한 시절에 태어나 먹고 살기 바쁜 삶을 살았던 세대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희귀한 취미에 탐닉하는 자유롭고 분방한 영혼들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함께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그런 사회적 현상이 이 나라가 잘 살게 됨으로써 나타난 즐거운 변화라는데 생각이 머물면 자긍심까지 뿌듯하게 샘 솟고요.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스물여섯 살의 이종원씨는 2015년부터 사라진 옛 한국 버스를 보존하고 기록하기 위해 '한국버스연구회'를 발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28명의 버스 마니아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보유 중인 버스를 운행 관리하고 답사나 여행을 함께 하며 버스의 보전에 동참합니다.

사라진 옛 버스의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모였던 그들은 버스를 보존해 후손에게 남겨야 한다는 공감대로 뭉쳐 2017년부터 직접 버스를 구입해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16대의 버스를 보존 중입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이 버스들은 후일 경기도 양평에 개관 예정인 버스박물관으로 옮겨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기계과를 전공한 공학도이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했던 이민희씨는 치즈와의 만남을 계기로 치즈에 관한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며 치즈에 탐닉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파리의 재래시장에서 각양각색의 치즈가 진열대에서 내뿜는 쿰쿰하면서도 고소한 향에 반한 이래 평범한 직장인의 생활을 버리고 카메라와 수첩 몇 개만 지닌 채 치즈를 찾아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까지 치즈 여행을 다녀온 그녀는 지금도 치즈와 사이좋게 손잡고 삶을 여행 중입니다.

영국에서 경험한 치즈의 맛과 사연을 추억하며 온라인에 꾸준히 후일담을 업로드하고 있고, 아직 파악하지 못한 치즈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제조 환경 등을 공부 중입니다. 마트나 백화점을 가면 식품관의 치즈 코너에 꼭 들러, 국내에 새로 들어온 치즈는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고 미처 몰랐던 종류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검색해 제조국이나 사용된 원유, 숙성 기간 등의 정보를 파악합니다.

그녀에게 치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친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 없어 항상 불안했지만 자신이 직접 쌓은 지식과 경험들은 시간이 흘러도 자신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기에 소중하게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근한 향취를 주는 치즈가 평생의 동반자가 된 것입니다.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했지만 빈티지 안경 수집에 관심이 많은 서정현 씨는 서울 역삼동에 오픈한 '안경박물관'에 350점의 안경 수집품을 전시하며 안경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경은 그가 오랜 기간 모으고 있는 수집품인 동시에 자신의 삶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는 일종의 일기라 할 수 있는 안경 수집품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어제의 일처럼 또렷이 기억이 난다는군요. 그리고 안경과 연계된 물건들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머릿속 지도에 환히 그려지는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모아온 방대한 컬렉션들은 그의 인생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이처럼 나이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취미나 직업이 공존하는 현재의 이 나라는 가히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옛 버스를 수집 보존하고, 치즈 여행을 즐기고, 빈티지 안경을 수집 전시하는 젊음들을 보면서 경외감과 함께 존경심마저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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