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6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지난 10월말,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도함으로써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를 갔습니다. 모로코와 포르투갈, 스페인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는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었지요. 마침 이 날 12시부터 카탈루냐의 주민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 바짝 긴장한 채 도시로 들어섰습니다. 안내를 맡은 현지인은 길이 막히면 걸어서 도시를 탈출할 수도 있다고 겁을 주더군요.

버스의 차창 밖으로 스치는 건물들은 750만 명의 인구에 스페인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부유한 지역답게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조금의 공간도 없이 잇대어 지어진 각 건물들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더군요. 밋밋하고 딱딱한 우리네 시멘트 덩어리 건물들과 대비되어 마냥 부러웠습니다. 우리 일행은 바쁜 걸음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혼이 담긴 장소를 차례로 둘러보았습니다.

구엘 공원에서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빌린 아르누보 양식의 화려하고 기이한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건축물들은 언덕을 따라 동화 속의 풍경처럼 펼쳐져 있더군요. 야자수를 닮은 돌기둥과 벤치에 새겨진 모자이크, 카탈루냐 특유의 문양이 새겨진 뱀을 차례로 살폈습니다. 인체공학을 따져 만들었다는 벤치에 누워 따사롭고 호화로운 휴식을 즐기기도 했구요.

파밀리아 성당은 천주교 신자인 필자에게 남다른 감흥을 주었습니다. 성당 이름 자체가 '성(聖) 가족'이라는 뜻으로,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요셉의 조각상을 지니고 있더군요. 원래 이곳은 가우디의 스승인 비야르가 설계와 건축을 맡아 착공하였으나, 비야르가 건축 의뢰인과의 의견 대립으로 중도 하차하자 가우디가 이어 맡게 되었다는군요. 가우디가 사망할 때까지 일부만 완성되었고, 현재도 계속 공사가 진행 중으로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이전에는 완공될 예정이라더군요.

다시 우리 일행은 바삐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 카사 밀라라는 건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자연친화적인 가우디의 예술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곳을 둘러보기 시작할 즈음 시각은 주민들이 시위를 예고한 12시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건물에 위치한 전통 과자가게에서 선물용 과자를 조금 산 뒤 밖으로 나오자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거리가 막히면 걸어서 탈출해야 한다는 경고가 생각나 바짝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진행된 광경은 우리를 미소 짓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주민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흔히 보던 난폭하고 험악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쏟아져 나온 주민의 반수 정도는 독립을 염원한다는 뜻에서 카탈루냐의 국기를, 나머지 반 정도는 독립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스페인의 국기를 어깨에 두른 채, 끼리끼리 무리를 이루어 구호를 연호하며 거리를 오가는 것이 그들의 시위더군요. 더욱이 시위가 예고되었는데도 태연히 문을 연 노천식당들에서는 카탈루냐 국기와 스페인 국기를 두른 찬성파와 반대파가 함께 어울려 담소하며 식사를 하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참으로 신선하고 경이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시위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방법일 뿐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가우디의 건축물들에서 보았던, 거리의 건물들에서 보았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을 시위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준 그들이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