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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며칠 전,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지상의 풍경을 내려다보노라니 동그란 창문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동안 비행기의 창문이 동그랗게 생긴 이유를 막연하게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그런 모양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항공 미디어 에디터로 활동 중인 유호상씨가 그 궁금증을 어느 책 속에선가 속 시원히 풀어주었기에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1954년 영국국제항공 소속의 비행기가 지중해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승객과 승무원 3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여객기로서 그야말로 기술의 아이콘이었지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기체였습니다. 연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가 희박한 1만2천m 상공에서 비행했고, 고공에서의 쾌적함을 위해 여압장치(기체 내의 기압을 높여 지상과 같은 기압 상태를 유지하는 장치)까지 갖추었습니다.

사고를 살펴보던 조사팀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비행기의 잔해와 시신들의 상태가 일반적인 추락 때와는 달랐던 것이죠.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고 원인이 단순 추락이 아닌 공중 분해였던 것입니다.

사건을 의뢰받은 조사위원회에서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습니다. 비행기의 모형을 만들고 비슷한 조건의 여압을 가한 상태에서 모형을 파손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기체에 어떻게 균열이 갔는지 승객들이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지요. 실험을 통해 비행기가 공중분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던 것입니다.

문제는 항공기의 손상이 시작된 원인이었습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실제 항공기를 가지고 더 정밀한 실험을 했습니다. 기체에 물을 채운 다음 물을 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여압 효과를 재현했던 것이죠.

그 결과 최초 균열 부위를 발견했습니다. 원인을 파악했다고 생각한 영국국제항공은 다시금 동종 비행기의 운항을 재개했는데, 얼마 안 돼 또 다시 한 대의 비행기가 비슷한 상황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사고 원인은 바로 밝혀졌습니다. 금속판 접합에 쓰인 리벳(버섯 모양의 굵은 못)이 문제였습니다. 기체의 금속판을 연결할 때 리벳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했던 것이죠. 희박한 대기에서 기체에 감압과 여압을 반복하면 기체는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합니다. 이때 그 균열이 커졌고 한계에 다다르자 마침내 공중분해되었던 것입니다. 조사위원들은 기체 손상의 원인을 '금속피로'로 결론지었습니다.

함께 또 하나의 사실이 밝혀졌는데, 균열은 리벳 때문에 생겼지만 그 균열이 확대된 것은 사각형 모양의 창문 때문이었습니다. 각이 진 창문의 각각의 모서리에 에너지가 집중되면서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 사고 이후 비행기의 창문은 전부 바뀌었습니다. 오늘날 여객기들이 하나같이 동그란 창문을 가지게 된 이유입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짐에 따라 4년 뒤 동종 비행기의 운항은 재개되었고 그 후로도 계속 후속 버전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중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처음의 인기는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사고가 늘 그렇듯 비극적이고 안타깝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전환점이 됩니다. 우선 그 사고를 계기로 '금속피로'라는 개념에 눈을 뜨게 되었고, 당시 막 늘어나던 고공 비행기의 설계와 제작방식에 꼭 필요한 지침도 생겨났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앞서서 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이 밑바탕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선구자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안전한 비행기로 여행을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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