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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물고기의 내장을 흩어놓은 것처럼 어수선한 전통시장에 나와 매일처럼 좌판을 깔고 양파를 파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중년 신사가 다가오더니 물었습니다.

"양파 한 망에 얼마입니까?"

"이천 원입니다."

그러면서 노인은 두 망에는 사천 원, 세 망에는 육천 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중년 신사는 많은 양을 사면 깎아주기 마련인데 어떻게 세 망을 사는데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느냐며 세 망을 살 테니 오천오백 원에 팔라고 했습니다. 노인은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중년 신사는 어이없어 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양파를 모두 사면 얼마에 줄 수 있나요?"

노인은 그 중년 신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습니다.

"전부 다는 팔 수 없습니다."

중년 신사는 황당해 하며 반문했습니다.

"왜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나는 여기에 단지 양파만을 팔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지요.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여기에서 온종일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그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온종일 양파를 팔고 있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이 양파를 몽땅 팔아치운다면 내 즐거운 하루도 끝나질 않겠습니까?"

중년신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그곳을 떠났습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 젊은 남자가 고백합니다.

우리 가족은 4층짜리 빌라의 제일 위층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살아보지 않은 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천장 위가 바로 옥상인 경우 겨울에는 너무도 춥고 여름에는 또 너무도 덥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 오르내리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맨 위층을 찾아 이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웠던 것도 한 가지 이유지만, 무엇보다 전에 살던 집에서 위층의 층간소음에 너무도 시달렸기 때문이랍니다.

이사를 한 뒤 몇 개월이 지나,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며칠 동안 친정에 가 머무를 때였습니다. 마침 휴일이라 쉬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벌써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왔나 싶어 문을 열었더니 아래층에 사는 노부부였습니다.

"예, 어르신.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안노인이 방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더니 멈칫거리며 말했습니다.

"아, 저, 그게, 아이들이…."

아이들의 소란을 지적하는 것이다 싶더군요. 예전 층간소음에 시달렸던 기억이 떠올라 공손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며칠 동안 외가에 가 있어서 조용했을 텐데요. 혹시 다른 집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를 들으신 것은 아닌지…."

안노인은 손까지 휘휘 내저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요 며칠 애들 발소리가 안 들려서요. 혹시 어디 아픈 게 아닌가 걱정이 돼서 그만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왔어요. 아이들은 괜찮나요?"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우리 집이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아직 세상에는 이웃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면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맛있는 음식이나 반찬을 만들면 아래층 노부부에게도 나눠 드리는 따뜻한 이웃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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