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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초복(初伏)입니다. 복날의 복(伏)자는 사람이 마치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아직 가시지 않은 강한 더위 앞에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찌는 듯한 무더위가 가을의 서늘함을 굴복시킨다는 뜻이지요.

옛사람들은 삼복더위가 되면 갖가지 방법으로 더위를 이기려 노력했습니다.

'혹독한 더위와 근심의 불덩이가/ 가슴 속 가운데서 서로 졸이네/ 온몸에 빨갛게 땀띠 나기에/ 바람 쐬며 마루에 곤해 누웠지/ 바람이 불어와도 화염과 같아/ 부채로 불기운을 부쳐대는 듯/ 목말라 물 한잔을 마시려 하니/ 물도 뜨겁기가 탕국물 같네.'

고려 문인 이규보의 시 '고열(苦熱)'입니다. 이처럼 한시에서 자주 보이는 시어 가운데 하나가 '고열'입니다. 요즘 말로 '무더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조선 숙종 때의 학자 윤증도 시 '더위'에서 하소연합니다.

'구름은 하늘가 멀리 걸려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누가 이 찜통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더위를 식힐 음식도, 피서 도구도 없으니/ 조용히 앉아서 책 읽는 게 제일이구나.'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던 그 시절, 무더위는 고역이 아닐 수 없었겠지요. 피서 도구라곤 부채, 대자리, 발(簾) 등이 전부였을테니까요. 옛사람들의 더위를 물리치는 방법에는 계층별로 조금 차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양반의 여름나기 으뜸은 '더위 피하기'였습니다. 양반들은 사랑방 옆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더위를 식혔습니다. 차가운 감촉의 대나무나 왕골로 만든 죽부인을 옆에 끼고, 삼베 옷 속에 등거리와 등(藤)토시를 걸쳐 시원한 바람이 솔솔 통하도록 했습니다. 체면을 중요시했던 양반들은 아무리 더워도 상민(常民)들처럼 옷을 훌훌 벗어던지거나 물속에 풍덩 뛰어들지 못했기에 수반(水盤)에 물과 돌을 채워 작은 호수를 만든 뒤 석창포를 심어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기도 했지요.

반면에 상민들의 여름나기는 '더위 쫓기'였습니다. 계곡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천렵(川獵)을 즐겼지요. 바다를 찾아 모래찜질을 즐기기도 하고 깊은 계곡에서 폭포수를 맞기도 했고요. 양반과 달리 체면보다는 더위의 열기를 식히고 시원한 한판 놀이를 즐겨 더위를 잊었던 것입니다.

옛사람들의 피서법을 엿보기로는 다산 정약용의 8가지 피서법이 으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더위를 물리치는 8가지 방법을 시로 적었는데, 그의 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은 더위를 피하지 않고 맞섰다는 것입니다.

그에 의하면 더위와 맞서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무더위를 불 끄듯 없애버리는 소서(消暑), 더운 기운을 쫓아내는 축서(逐暑), 굴복시키는 제서(制暑), 즐기는 낙서(樂暑) 등이 있는데, 소서의 방법으로는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를 즐기는 송단호시(松壇弧矢),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를 즐기는 괴음추천(槐陰·韆), 넓은 정각에서 투호를 하는 허각투호(虛閣投壺), 대자리를 깔고 바둑을 두는 청점혁기(淸·奕·), 연못의 연꽃을 구경하는 서지상하(西池賞荷), 숲 속에서 매미소리를 듣는 동림청선(東林聽蟬), 비오는 날 한시를 짓는 우일사운(雨日射韻), 마지막으로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는 월야탁족(月夜濯足)이 있었습니다.

녹음 짙은 그늘에 대자리를 깔고 바둑을 두는 청점혁기나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숲 속에서 매미소리를 듣는 동림청선, 계곡의 맑고 푸른 물줄기에 발을 담그는 탁족은 현금에 이르러서도 좋은 피서법이 되고 있지요.

연일 폭염이 기승을 떨고 있습니다. 무더위와 맞서기 위해 다산 정약용처럼 싱그러운 청정자연을 찾아나서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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