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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오류가 분명한데, 긴 세월에 걸쳐 이 사회의 구석구석을 마치 공기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일상생활에 찰싹 달라붙어 이제는 진리처럼 행세하게 된 경우를 흔히 봅니다. 이른 바 '상식의 오류'입니다.'내노라는 유명인사'의 '내노라'는 단어나 '사단이 났다'의 '사단'이라는 단어의 오류도 작은 예가 되겠지요. '내로라'와 '사달'이 올바른 단어인데 그 자리를 꿰찬 것입니다.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도 그런 범주에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주간조선의 편집장을 지낸 조성관 작가가 쓴 글을 쫓아가며 그 오류를 확인할까 합니다.

어느 해 연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삼손과 데릴라'라는 오페라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는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가 작곡한 것으로 낭만주의 오페라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원작은 구약 성서에 나오는 '삼손과 데릴라' 이야기지만 한국 무대에서는 현대적으로 해석해 1930년대의 나치 독일 시대가 배경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작곡가인 생상스가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를 통해서였습니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연기 음악으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선정해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삼손과 데릴라'는 1949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약을 탄 술로 인해 곯아떨어진 삼손의 머리칼을 싹둑 잘라버려 힘을 뺏어버린 데릴라를 무척이나 증오했었지요. 또 사악한 애인에게 속아 힘의 원천을 잃고 평범한 남자가 되어버린 삼손을 안타깝게 여겼고요.

이쯤에서 조성관 작가는 영국의 팝 가수 탐 존스(Tom Jones)를 등장시킵니다.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히트곡 몇 소절을 흥얼거리며 청춘의 터널을 통과했지요. '딜라일라' '대니 보이'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 'Keep On Running' 등 그의 히트곡은 일일이 열거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의 데뷔곡인 '딜라일라'. 많은 사람들이 조영남의 번안곡을 통해 그 노래를 먼저 접했고, 나중에야 원곡자가 탐 존스인 것을 알았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 조영남이 부른 이 '딜라일라'는 한때 금지곡으로 묶인 적이 있습니다. 원곡의 영어 가사 때문이었죠. '딜라일라는 나의 여자였다. 하지만 나를 속이고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다. 배신감에 격분한 나는 밤새 뒤척이다 이른 아침 집을 찾아간다. 그녀는 문을 열어줬고 나를 보며 웃었다. 순간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녀를 살해한다.' 금지곡으로 묶인 이유는 변심한 애인을 살해한다는 내용의 영어 노랫말 때문입니다. 기독교 문명권에서 오랜 세월 '딜라일라'는 요부(妖婦), 배신한 여자, 사악한 여자와 동의어로 간주되었습니다.

여기서 작가는 부끄러운 고백을 합니다. 삼손의 '데릴라'와 탐 존스의 '딜라일라'가 동일 인물임을 비로소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데릴라'와 '딜라일라'의 스펠링이 'Delilah'로 같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이 부분에서 필자 역시 아하 하고는 탄성을 발했습니다. 필자 역시 몰랐던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계속 설명합니다. 구약성서는 히브리어로 쓰였습니다. 'Delilah'는 히브리어지요. 히브리어 발음으로는 '딜라일라'가 됩니다. 기독교 문명권 어디에서도 'Delilah'를 '데릴라'라고 발음하거나 표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데릴라'로 부릅니다. 일본에서 영화 '삼손과 데릴라'를 상영하면서 'Delilah'를 '데릴라'로 표기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정보가 세월이 흐르며 그대로 고착된 명백한 오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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