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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등학교 교장

[충북일보] 조선의 위대한 실학자 이익 선생이 지은 '성호사설' 중 인사문에 노인의 10대 슬픔이 있다. 전에는 심드렁하던 것이 이제 환갑이 지나니 다시 눈에 들어온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나보다. 1.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는데 2. 정작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3. 울 때는 눈물이 안 나오고 4. 웃을 때는 눈물이 나며 5. 30년 전의 일은 기억하면서도 6. 눈앞의 일은 깜빡 잊어버리며 7.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어도 8. 모두 잇 사이에 끼며 9. 흰 얼굴은 검어지고 10.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진다 하니,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 여기에 다산 정약용 선생은 나이 71세 되던 해에 노인이 되어 유쾌한 일을 꼽았다. 1. 대머리가 되어 머리가 시원한 것 2. 이가 다 빠져 치통이 사라진 것 3. 눈이 어두워 잔글씨를 안 보게 된 것 4. 귀가 먹어 시비 소리가 이제는 들리지 않는 것 5. 조선인이라서 조선시를 쓰게 되는 즐거움 등으로 일견 쓴 웃음을 짓게 하지만 그 내용에는 역시 심오한 인생철학이 들어있다.

이번에는 공자님의 말씀으로 빗대어 보자. 나이 40에 불혹이라 함은 다른 사람의 고언에도 미혹되지 않는 고집이 생기는 것이고, 50에 지천명은 내가 다 안다는 자만심의 팽배요, 60에 이순이라 함은 좋은 소리는 잘 듣되 거슬리는 소리는 귀에서 순하게 빠져 나간다는 독선의 표시라네. 나이 70에 얻어지는 종심소욕불유구는 이제 누구의 거리낌이나 법조차도 안중에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한다 이거지. 이렇다면 나이 먹는 다는 것은 기실 유아독존이요, 오만불손에 벽창호가 되어가는 거다.

모 기업 회장이 자주 썼다는 '그거 해 봤어?'라는 말도 바꾸어 생각하면 자네 그거 해 보긴 한 거야? 나는 소시 적에 해 본 것이니 내 말을 듣게라는 완곡한 표현이나, 그게 아니라면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 내가 해 봤는데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들리니 이는 자칫 '경험의 저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혜의 경험은 아주 좋은 지침이 되고 후인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경험의 중요함을 말한다. 맞는 말이고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정도가 심하거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때에 경험은 오히려 발전을 막는 저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숙달된 기술보다 지속적인 학습이다.

그러므로 나이 들어가면서도 귀를 열어 다른 사람의 지혜로운 말을 듣고, 눈을 열어 새로운 것을 보고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세요, 고루하다는 말을 듣지 않는 첩경이 된다. 이를 유지하는 기본 마음은 무얼까. 바로 호기심이다. 어린아이가 갖고 있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 학생이 풀고자 하는 지적 호기심은 물론 어른들이 갖는 잡다한 호기심 또는 학문적 호기심이라도 있어야 한다. 나이먹어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궁구하며, 현명하고 흡족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나이든 어른이다. 존경받는 원로가 없다고 개탄하는 요즈음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실천적 지혜'를 쌓는 사람이 많기를 바란다. 나이 먹는 것은 서러운 것이 아니라 책임이 따르는 소중한 사건이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것은 아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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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