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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홀딱벗고새가 지저귀니 바야흐로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나보다. 짧은 봄을 다 누리지도 못했는데 성큼 성큼 뛰어 오는 계절처럼 골프장 잔디가 완연한 녹색으로 골퍼를 설레게 한다. 골퍼는 직업으로 골프에 올인 하는 프로와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로 구분되어, 전문기술과 직업의식 여부로 가름되지만 아마가 프로 경지를 위협하기도 하므로 프로와 아마는 나름 자기의 발전을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본당 주임신부님의 권유와 아내의 성화 때문에 거의 타의로 골프에 입문하였는데 아는 만큼 생각이 많아지고 어려움도 커지는 운동임을 하면 할수록 깨닫는다. 라운딩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운동이요, 변수가 너무나 많기에 골퍼의 핑계는 365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 동반자 변인이 제일 큰데 컨시드 외에는 모두 구찌라 할 정도로 동반자의 말이 운동에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캐디도 한 몫 한다.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캐디는 만나기도 어렵고 자칫 엉터리를 만나면 캐디 피가 문제 아니라 4시간 반 동안 캐디를 모시고 다녀야 하는 불상사도 있다. 카메라가 비춰도 흔들리지 않는 프로와 달리 요깟 이유로도 흔들리니 역시 아마추어라.

오비(Out of Bound)를 내면 같이 치는 사람이 속으로 즐거워하고 내기를 할 경우에는 드러내 놓고 좋아하는데 두 명은 반드시 좋아한단다(OB二樂). 멀리건을 요청하지 못하면 아쉬움은 속으로 갈무리하고 태연한 외양으로 오비 지역으로 가는 처량함이라니. 골프는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운동이라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티샷한 볼이 자칫 러프로 들어가면 그저 볼이 깊이 묻히지나 않기를 바라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볼을 찾는다. 다음에는 더 잘 쳐야지 반성하며 걷다보면 걸음 하나에 탄식이 또 다른 걸음에 후회가 묻어난다. 마치 우리네 인생 같다. 연습장에서는 잘 되었는데 오늘 왜 이러지 하니 이러므로 아마추어라.

보통 때에는 어지간한 소리도 잘 거르던 귀가 어드레스 때엔 왜 그리 예민해지는지. 게다가 동반자가 뒤에서 옆 사람에게 '저 친구의 스윙 폼이 좋으니 잘 봐라'는 속삭임은 샷을 망치게 하는 최고의 훼방이다. 라운딩 중에 따라 다니며 레슨을 해 주는 입담 좋은 친구의 괘씸한 성의도 나머지 홀 망치게 하는 데는 그만이다. 골프 실력이 늘면 밥 먹고 골프만 쳤냐 하고, 미스 샷을 하면 그리 열심히 연습한 결과가 고작 그 정도냐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추나. 드라이버 비거리에 사활을 거는 것이 남자의 인지상정이라 거금 들여 골프채를 바꾸고 헬스장에서 근력을 키우는 것도 사실 비거리 욕심 때문이다. 모처럼 드라이버 잘 쳐 놓고 세컨드 샷 미스 때문에 보기로 홀 아웃한 것도 안타까운데, 옆에까지 다가와 은근하게 '드라이버 잘 친 사람이나 못 친 나나 도진개진이네' 하면 기분 팍 상하는 것도 아마추어 멘탈이겠다.

요즘 수요가 늘어난 틈을 탄 골프장의 갑질이 장난 아니다, 그린피를 수시로 올리더니 그동안 부채를 작년 한해 이익으로 다 갚았다는데 골퍼가 봉이요 을이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 이해를 한다만 장래를 살펴 골퍼를 배려하는 골프장이 그립다. 옥상옥으로 징수하는 카트 비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할 수 없다 치고 그럼에도 원하는 장소와 시각에 부킹이나 되면 좋겠다. 모처럼 배운 운동인데 연습장에서 칼만 갈고 있을 수도 없어 필드를 나가려니 경쟁이 치열하여 기회가 없다. 프로가 아닌 이상 마음에 맞는 동반자 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라운딩 일정을 잡아 놓은 뒤 초대하는 사람도 드물다. 관계를 중시하는 보노보 원숭이처럼 인간은 골프로 관계를 증진한다는데 실력과 매너를 두루 갖춘 친구가 골프하자는 연락 올 때만 기다리니 이 또한 아마추어의 비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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