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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영향으로 뿌리는 비를 장마라 한다. 요즘 이 장맛비와 태풍에 전국이 심한 상처를 입고 있다. 2013년 49일의 기록을 넘은 역대 신기록이 된다니 피해가 더 커지지나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에서 무난한 야외 운동 가운데 자전거는 구색 갖추기가 번거로워 아내랑 간편히 나갈 수 있는 걷기를 자주 하게 된다. 복장은 준비 없이 걷다가 비를 쫄딱 맞고는 채양 넓은 고어텍스 등산 모자에 반팔 반바지 그리고 등산용 3단 카본 스틱 한 자루와 K2 트레킹화에 보살사 약수를 담아 올 작은 배낭이다.

 주변에서 걸으면 몇 백원 돈을 주거나 친구들과 걷기 경쟁을 시키는 앱도 있다고 알려주지만 모두 관심 없다. 경쟁은 전혀 의미 없으며 오직 산과 하나만 되면 그뿐이라 휴대폰을 크게 틀고 걷는 사람도 불편한 터이다. 산을 느끼려면 묵언수행도 부족한데 트로트를 틀고 오르는 사람은 일부러 멀찍이 떨어져 내 귀를 보존한다. 휴대폰의 헬스 앱이 걷는 양을 자동 체크한다기에 살펴보니, 매일 걸음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갤럭시 사용자 중 상위 3%대에 위치한 파워 워커란다. 이렇게 매일 보행량을 알게 된 이상 더욱 걷지 않을 수 없다. 걷기는 혼자서도 충분하며 부족함이 없다. 사람이 걸을 때 창의성이 최고에 오른다 하는데 글감 정리 또는 읽었던 내용을 반추하려면 조용한 순간이 절실하다. 여기에 더하여 호흡 연습을 하는데 처음에는 두 걸음 간에 호흡이 네댓 걸음으로 늘더니 요즘은 예닐곱 걸음으로 호흡 구간이 길어졌다. 호흡을 길게 갖고 가려면 들숨과 날숨을 가늘게 운행해야 한다. 깊은 들숨 후 잠깐 쉬면 날숨도 편안해지며 호흡도 가빠지지 않는다. 힘이 있어야 힘을 뺄 수 있고, 비워버려야 채울 여지가 있음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이제는 두 시간 정도의 걷기를 우선으로 하루 일과를 계획하게 됐고 매일 1만2천보 정도는 걸어야 후련하다. 매일 오후 비슷한 시간대에 나가면서 뒤에서 보면 50대인데 앞에서 보니 80대인 부부를 이따금 만난다. 과거 환경 운동도 하고 저술도 많다는데 하고 싶은 말씀도 많다. 조림 사업이라는 것을 보면 좋은 여건에서 잘 크는 나무는 베기 쉽다고 잘라버리고 오히려 비탈에 있는 진작 베었어야 할 나쁜 나무를 남겨 놓는다. 이는 산림 공무원이 바쁘단 핑계로 현장의 작업 상황을 확인 안한 결과란다. 등산객 때문에 땅에 드러난 나무뿌리가 발에 걸린다고 끊어서 결국 나무를 고사시키는 것은 편의주의 행정의 극치라고 혀를 찬다.

 비 오는 산은 우산이 소용없다. 하늘의 장대비를 나뭇잎들이 걸러주어 이따금 물방울만 떨어질 뿐이라 모자로도 충분하고 바깥의 시원한 빗소리에 귀만 즐겁다. 건천에 새 물길이 흐르고 산길은 촉촉하며 공기는 다정하여 우중 산행이 이리 좋을 수 없다.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Tom Watson은 비바람 몰아치는 날 오히려 백을 메고 골프장으로 나간 끝에 권위 있는 디 오픈에서 우승을 했다는데 비를 무릅쓰고 나서는 우중 산행으로 과연 어떤 결과를 얻을꼬.

 등산 과정은 초입에서 숨 고르기가 적응되면 최근 언행을 살피는 성찰의 시간이다. 평탄한 산록 길로 접어들면 호흡 연습에 집중하며 산과 하나가 되고자 한다. 물을 등에 지고 오면서 이렇게 좋은 산이 옆에 있으니 좋고,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아이들이 열심히 살아주어 다행이며 특히 노모님께 효성 지극한 동생들이 대견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두루두루 고마움만 가득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을 향한다. 결국 산중 시간이 기도의 시간인 셈이다.

 장마가 지나면 폭염이 온다는데 입추가 지난 지금 내 마음은 가을 산길을 기다린다. 그리고 겨울 눈길에서도 파워 워커로 계속 걷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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