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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5월 스승의 날을 보내며 좋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신 은사님들을 떠 올리게 된다. 살면서 많은 분들에게 가르침을 얻었고, 그러다 스치듯 주신 한 마디에 나의 인생관이 달라졌으니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고마운 깨우침을 받았다.

지금과는 달리 우리가 대학 다닐 때는 임용장을 받고 군대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거기에 나는 대학 졸업 후 곧 시작한 교육대학원 석사 코스를 마치면서 다시 제대로 공부하고자 본대학원 석사코스에 재입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영 영장을 받았다. 이러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평균 7~8살 많은 중늙은이로 군대를 가게 됐다. 12월 8일 입영을 앞두고 대학에 가서 은사님들을 찾아뵈었다. 동양사를 강의해 주셨던 신 교수님은 개론서인 동양 문화사를 저술하고 동양사학회장도 역임했으니 학문과 경륜으로 사계를 압도하는 분이셨다. 당시 연수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신 교수님은 군대 간다는 인사를 받자마자 대뜸 하시는 말씀이 '군대 간다고? 그러면 앞에서 뛰게, 앞에서 뛰어야 하네'라 했다. 학부시절 교수님들의 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한 것도 아니고 별반 두드러진 표양을 보이지 못한 터라 그런 말씀을 했는지도 모른다.

논산으로 입영하러 가는 기차 안에서 속으로 세 가지를 다짐했다. '첫째 결혼한 것을 숨기자, 둘째 석사 학위자임을 표 내지 말자, 그리고 세 번째는 교수님의 가르침대로 앞에서 뛰자' 그래서 청소 집합할 때는 운반도구인 당가나 빗자루를 들고 맨 앞에서 기준을 잡았고, 새벽 점호에도 제일 앞에서 점검 번호를 부르고, 구보를 할 때에도 앞에서 뛰려 노력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구보 중에 상관이 '제자리에 서'라는 구령을 부르자 딱 중간을 기점으로 앞부분은 돌진하듯 그대로 달리는데 뒷부분은 그 말을 듣자 마자 서 버리니 소대가 정확히 2등분 된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드러난다. 더 신기한 일이 있다. 초·중학교 때 체육대회 시간은 정말 싫었다. 남들은 달리기 대회에서 상도 타서 부모님께 드리는데 나는 앞 보다 뒤에서 세는 것이 더 빠르니 운동회 날은 기죽어 도망 다니는 날이다.

그런데 훈련소의 사격 시간에 그 싫은 달리기가 250m 표적 선착순 돌아오기라는 단체 기합으로 주어졌다. M16소총을 들고 달려 돌아와 번호를 부르니 세 번째이다. 내가 글쎄 4번째 사람부터 전 소대원이 500M 거리를 다시 돌아오느라 숨을 헐떡이며 뛰는 모습을 느긋하게 구경하는 처지가 됐다. 휴식시간이 되자 옆 짝꿍이 '야, 너는 힘도 들이지 않고도 그토록 빨리 뛰는데 학교 때 육상선수였냐?'고 슬며시 물어 온다. 이런 신기한 일이 있냐 말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굼벵이인줄 알았던 내가 날랜 군인이라고 동료의 부러움을 받다니. 앞에서 뛰려 노력한 마음 자세가 이렇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며 훈병용 달력에서 하루하루 지워가는 병사들이 교육에서 고문관 노릇을 독판 하여 '내가 왜 이럴까? 군대 와서 또라이 되었나 봐'를 동료 앞에서 기합으로 복창한다. 이런 모습은 산행 중에도 나타난다.

같은 거리를 걷는데도 앞 사람이 충분히 휴식을 할 동안에 간신히 뒤 팀이 도착하는데 도착하자마자 뒤 팀이 쉴 사이도 없이 다시 걷기 시작한다. 똑같은 거리를 앞에서 걷는 사람은 충분히 휴식하며 유쾌하게 즐긴 산행을 뒷사람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질질 끌리며 걸어 더 힘들고 피곤한 산행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나의 생활 태도를 변화시켜 주신 선생님께 참으로 감사드리며 가르침에 보태어 기왕지사 예까지 살아왔지만 여기에 좀 더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마음과 자세를 보태야겠다. 그것이 앞에서 뛰는 것이라 여기며 죽을 때까지 열심히 살리란 결심도 같은 마음이라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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