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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의사 친구에게서 자기의 병을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여겨 의사의 말을 들으려고도 안하고 고집만 피우는 환자를 만났던 경험담을 들었다. 이런 사람은 주변의 말이나 인터넷 웹핑으로 얻은 지식만 믿고 전문가인 의사의 말도 안 듣고 심지어 처방도 자기가 내려 통고하기도 한단다. 정도가 심한 환자는 차트 한 구석에 조그맣게 mcn이라 적어서 조심하라 이르는데 그 뜻은 '미친년'이다. mcn들은 간호사에게 무례하기 일쑤이며 의사의 말도 자기 편한 대로만 골라 들으니 병도 쉽게 낳지 않는다. 그래서 의사도 열의는 고사하고 관심을 가지기도 어려워 제멋대로 살도록 두어 버린다하니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무시한 섬뜩한 결과라 하겠다.

한의원을 하는 제자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이미 여기저기서 온갖 풍월을 다 익힌 환자는 처음 내방 문진에서 벌써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을 옹골지게 먹고 온 이런 부류의 환자에게는 이상하게 침도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란다. 어떤 때는 침을 놓은 뒤에 몸의 기운이 빠지는 듯 피로감까지 느낄 때도 있어 이 같은 환자를 여러 명 진료라도 하는 날은 퇴근 후에 그냥 쉬어야 하니, 당연히 치료도 쉽게 되지 않을뿐더러 진료 시간만 축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단다. 양방과 마찬가지로 한방에서도 의사의 전문 영역을 믿지 않는 환자는 치료 효과가 없거나 더디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북 중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타시도 특성화고로 진학을 했다가 원하는 성적도 못 내고, 학교생활 부적응이라 교육청에 와서 다시 충북으로 재전입하려는 학생이 있었다. 마침 그 학생이 1, 2학년 때 학생회 간부였었기에 해당 학교의 교감이었던 나도 기억을 하던 터였다. 관심을 가지고 전입 후 내신에서 주의할 점을 알려 주는데 마침 대입 담당 장학사가 옆에서 거들어주었다. 장학사가 학년별 생기부의 성적과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전략을 더욱 상세히 안내를 해 주고 났는데 그 어머니의 말이 뜻밖이었다. 잘 들었다거나 고맙다고 하면 그래도 평범할텐데 '장학사님이 뭘 아세요?' 라고 오히려 반박을 하니 이런 놀랄 일이 있는가. 그 장학사는 대입 전문가에다 충북 고3부장들을 모셔 진로 안내를 해 주는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입시 전문가인데도 주변 학부모와 학원 몇 군데에서 귀동냥으로 얻은 소위 카더라식 선입견이 입시 전문가의 말도 귓전으로 흘리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위상을 학부모의 잡학이 덮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석사 때 모 대학 총장님은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10여 년 동안 하루에 15분만 같은 공부에 매달리면 그 방면에서 충분히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초지일관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씀했었다. 비슷한 말로 '1만 시간의 법칙'도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가량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 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소요되는 계산으로 미 콜로라도 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에 의해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요즘 창의는 엉덩이에서 나온다는 교육 이론도 있어 새겨볼 만하다. 이 세상에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전문 지식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지식과는 판이하며 전문가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죽어라 공부한 결과요, 엉덩이에서 땀띠 날 정도로 책상에 앉아 얻어진 보람이다. 방대한 지식 앞에 왜소함을 느껴 본 사람들은 겸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가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는 잡다한 지식의 소유자와 어깨 너머로 배운 사람이 전문가를 대신하거나 무시한다고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체계적인 공부도 소홀히 하고 더불어 다른 사람의 영역을 존중하지도 않는다는데 mcn도 그런 영향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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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 선도"

[충북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일(56)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준공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송캠퍼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미국, 태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신약·백신 개발 관계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가 청주와 바이오업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다. 바이오톡스텍의 창립멤버인 김 대표는 당시 국내 산업환경에 대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제조업이 아닌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BT(바이오테크놀로지)와 IT(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라는 두 개의 큰 축이 보였다"며 "이가운데 BT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나 발전 정도·세계 시장 진출 정도로 봤을 때 타 산업 대비 훨씬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BT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업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회사들은 국내시장·제네릭 분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