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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요즘 언론에 민낯이라는 말이 자주 보이고 헤드라인 기사로도 등장함을 보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꾸며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통상 잘 알려지지 않고 있던 불의가 모종의 이유로 밝혀졌을 때 '~의 민낯'과 비슷하게 쓰인다. 분명히 민낯은 저명인사의 감추려던 것이 드러났을 때 비판적이거나 비난의 의미로 사용되던 단어였다. 이제는 부끄러운 느낌도 아닌 본래 모습 정도의 관용적인 의미로도 쓰임을 보면 그만큼 우리도 잘못에 무감각해지고 둔감해져 가는 건지, 아님 잘못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기 때문인 듯 불안해진다.

영국의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1891년 4월에 발표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작가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영원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이 모티브인데 더불어 인간의 민낯이 거론되기도 했다. 도리안의 젊고 윤기 흐르는 싱싱한 볼과 건강한 외모, 품위 있는 유머와 고매한 사상으로 반짝이는 눈을 그린 초상화가 나이 먹고 추악한 인생을 사는 주인의 감추고 싶은 흉악한 모습을 초상화가 담아간다. 이를 알게 된 도리안은 추악한 초상화를 남들이 볼까봐 다락방에 잠가 버리지만 급기야는 보기조차 역겨울 정도로 변해버린 초상화를 칼로 찢어버리려 한다. 이윽고 원래대로 돌아온 초상화가 늙고 추한 모습으로 칼에 찔려 쓰러진 주인공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영국의 맥스 비어봄(Max Beerbohm)이 1896년에 발표한 '행복한 위선자(The Happy Hypocrite)'라는 장편 우화는 이와 대비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로드 조지 헬(Lord George Hell)은 이름이 주님에서 악마로 타락한 듯 많은 악을 자행하며 점차 얼굴도 흉물스러워져갔다. 어느 날 아름다운 처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그 아름답고 순결한 처녀가 흉측한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 성자의 가면으로 위장하였다. 가면 덕분에 결혼하고는 감사한 마음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아내를 사랑했다. 몇 년 후, 과거에 헬과 사귀었던 여자가 그 상황을 알게 되었다. 앙심을 품은 여인은 아내와 함께 있는 헬에게 "어서 그 가면을 벗으라!"고 닦달했다. 마침내 가면이 벗겨졌는데 가면 뒤에 감춰졌던 얼굴은 더 이상 흉측한 얼굴이 아니라 진짜 성자의 얼굴로 변해 있더란다. 사랑으로 선하게 변한 민낯의 경우이다. 계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와 계모의 얼굴이 닮아졌다는 둥, 마음을 합하려 노력하고 살아온 부부의 외양이 닮는다는 소리도 이와 비슷한 예이리라.

개인적 측면에서 본 민낯은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니라 나의 참된 자아(my true self)를 말하는 것으로 표리부동하지 않은 삶으로 멀리서 이건 가까이에서건 항심으로 생활한다면 이게 바로 민낯이라. 그저 생긴 대로 살고, 드러나도 부끄럼 한 점 없으면 그게 생얼굴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본 민낯이라면 눈 찢기 등으로 동양인을 비하하더니 코로나 팬데믹에 우왕좌왕하며 사재기 광풍에 정부에서 자제해 달라고 애원하지를 않나. 뒤늦게 도와달라고 손 벌리는 모습이 바로 선진국입네 하던 서구 사회의 민낯이겠다.

코로나 와중에 그 나라 정신문화의 심도가 얼마나 깊은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 힘을 얻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뿌리 기픈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듯 퇴계선생을 천원권 화폐의 표지 인물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신문화야말로 이 상황에서 다시금 새겨볼 생얼이다. 서양인들이 내 손에 무기가 없음을 보여 상대를 안심시키는 인사가 악수일진대 코로나 이후 주먹이나 팔꿈치를 치는 대신 우리 선비들의 전통 인사법인 공수례로 인사를 한다면 이것도 온고지신의 또 다른 깊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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