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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상당고 교장

아는 사람이 내게 '숨을 쉴 줄 아느냐"는 질문을 한다. 사람이 숨을 쉬지 못하면 생명이 끊어지는데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가보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숨을 쉬려니 복식호흡으로 횡격막 늘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옆구리가 저려와서 아예 숨쉬기조차 불편할 지경이다. 가슴으로 쉬는 것을 배로 쉬려니 습관 바꾸기가 이리 힘들다.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려면 결심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고통도 필연적으로 수반됨을 인지하고 있어야겠다.

요즈음 학생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보다는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제껏 하지 않던 공부를 모처럼 해보려 하나, 안 하던 공부를 막상 하려니 너무 막막하고 큰 부담감으로 다가와서 종당에는 마음과 몸에 병이 나서 고생하는 것을 왕왕 본다. 심할 때는 119 응급차가 교내에까지 들어와 과호흡증으로 숨 못 쉬는 학생을 데려가는 일도 있다. 공부가 안 되니 숨쉬기조차 힘들다는 거다.

십여 년 전 중요무형문화재 제 20호 대금 정악 보유자인 금정 김응서 선생에게 대금공부를 사사받을 때의 일이다. 지금은 소천 하셨지만 금정 선생은 조선 말 정약대에서 김계선으로 다시 녹성 김성진으로의 계보를 뒤이은 대금 명인이셨다.

이분이 어느 여름 날 국립국악원 연습실에서 엉덩이에 난 땀띠가 터져 피가 바지에 묻을 정도로 정진할 때의 일이다. 바닥에 땀 흥건히 적시며 대금을 불고 있는데 방문이 슬며시 열리더니 한복을 시원하게 입고 수염 탐스러우며 풍모 온화하신 분이 "거 소리가 많이 좋아졌구먼!" 이라 말하고는 문을 닫더란다. 그런데 영 기분이 이상해서 문을 열고 부랴부랴 쫓아 나가 보니 홀연히 온데간데 없다. 금정 선생은 그 일화를 대금에 취하여 옛 명인을 뵈온 것이라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한 곡을 자기화 시키려면 1천번 정도는 불어야 하며, 그런 다음 한곡을 최소 150번 정도 연습한 뒤에야 비로소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하셨다. 이 분이 한 연주회에서 좌정하여 자세를 잡고 숨을 고른 뒤 대금에 숨을 넣기 시작하였다. 홀연 눈앞에 푸른 들판이 나타나 그 풀밭 위를 걷고 초원을 가로지르는 실개천도 기분 좋게 건너는데 갑자기 박수소리가 나서 정신이 화들짝 돌아왔던 경험을 말하셨다. 그런 경험을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발레리나 강수지 여사에게 얘기했더니 강 여사도 커튼이 올라가고 춤을 시작하면 자기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꽃 밭 사이를 누비다가 박수소리에 정신을 차린 적이 있단다. 강 여사의 말을 직접 들은 것은 아니나 이로써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룬 분들의 공통점이 몰입과 부단한 연습임을 짐작하겠다.

공부도 그렇다. 몰두할 수 있는 열의가 우선 있어야 하고 빠져 들어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무늬만 고등학생도 대학은 쉽게 들어가니, 날씬한 몸매 가꾸기로 다이어트까지 하느라 체력이 튼튼할 리 만무하다. 재작년 겨울에 일본의 모 중학교를 방문했는데 동아리 시간에 남녀 학생이 반바지로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일이라 물었더니 일본 부모들은 훈련을 더 세게 시키라고 주문한단다. 쓰나미가 왔을 때에 오래 달리기가 학생들의 체력이 되어 생명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외모에 온 관심을 들일 때 이웃 나라 아이들은 날씨불구하고 달리기로 자신을 지키고 있다.

외길 인생으로 살면서 몰입을 경험한 분이라 그런지 인간문화재의 한 마디 말씀, 행동 하나에도 고아한 향기가 스며나는 듯 보여 더욱 존경스러웠다. 우리 교사들도 오랜 기간 사람을 가르친다는 숭고한 교직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니 매너리즘으로 하루를 소일하지 않고 가슴을 따사로이 열고 아이들에게 다가간다면 은은한 향내로 존경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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