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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그동안 글쓰기가 마음 수양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글쓰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생겼다. 먼저 집안 청소를 깔끔히 하고 나서 찻물을 끓여 우려낸 차를 한식경 마시며 글감 정리를 하고는 음악을 잔잔히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공부를 하라 하면 나는 뭉툭한 연필을 꺼내서 끝을 예리하게 깎아서 책상 옆에 가지런히 둔 뒤에야 공부를 시작했더랬다. 모두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으려는 비슷한 행동이겠다.

이런 것은 버릇일까 아니면 루틴일까. 루틴은 컴퓨터 용어로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으로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쓰인다. 그런데 운동선수 중에서 루틴이 쉽게 나타나는데 특히 민감한 운동으로 치부되는 골프 경기 중에 확연히 드러난다. 골프는 조그만 볼에 집중을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는 못 가지만 골프를 하면서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 선수들은 자기만의 일정한 버릇을 가지고 있으며 우승한 선수의 인터뷰에서도 긴장하지 않으려 자기의 루틴을 지키고자 의도적으로 노력 했다는 말도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샷을 하려다가 갤러리 중에 사진 찍는 소리나 전화 벨 소리가 나서 집중에 방해가 되면 하던 동작을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자기의 루틴을 진행한다.

KPGA선수로 활동하던 프로가 골프를 잘하려면 두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고 내게 조언을 해 주었다. 하나는 골프장 주변 경관과 구성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며, 다른 하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매 샷마다 변함없이 잘 지켜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집중은 하되 주변 경치까지도 보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단다. 그리고 하나가 프리 샷 루틴을 만들라니, 프로들이 시합에서 하는 행동을 두루 살피고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티 박스에 올라가 샷을 하기 전에 먼저 두 번의 연습 스윙으로 어떤 구질의 볼을 칠 것인가를 생각한 뒤에 볼 뒤에 서서는 볼의 에임을 정한다. 어드레스를 하고 다시 목표를 바라본 뒤에 샷을 하는거다. 이 정도면 폼이야 프로답겠지. 그런데 참 신기하다. 그날 운동을 복기해 보면 타수가 잘 나온 날은 루틴을 잘 지킨 날이었고, 동반자들과 대화 등으로 루틴을 소홀히 여긴 날은 희한하게 타수도 신통치 않았다. 루틴은 버릇이나 징크스가 아니라 긴장을 풀거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나와의 약속이라는 방증이다. 그래서 프로들이 필드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루틴을 무기로 시합을 전개하는 것이다. 테니스 선수도 마찬가지이다. 흙신으로 불리는 스페인의 나달은 서브를 하기 전에 코와 머리를 좌우로 매만지고 팬티를 만진 다음에 서브를 하고, 금년에 윔블던을 제패한 조코비치는 상대가 불편하게 여길 정도로 볼을 여러 차례 바운드 한 뒤에야 서브를 하는 버릇이 있는데 바운드를 심하게 하다가 심판에게 지적당한 뒤에는 급기야 더블폴트로 서브를 실수하기도 한다.

긴장을 풀고 일상을 평정심으로 소화하려는 노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러므로 살펴보면 모두 자기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야 기왕이면 좋은 루틴을 가져 우리의 사회가 좀 더 안온하고 평화로워 지면 그것도 무방하겠지. 요즘 언론에 보복운전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살피게 된다.

퇴계 선생은 책을 읽으며 궁구하다가 집중이 안 되면 투호를 하거나 절우사에서 풍상계 맺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곡구암 아래로 내려가 흐르는 물을 보고 오셨는데 이도 루틴에 포함될는지 모르겠다. 다만, 평정심을 유지하고 집중하기 위한 나름 방편이니 각자가 루틴이라도 설정하여 마음에 여유를 가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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