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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인간이 만들어 낸 운동 중에 골프처럼 배우기 어렵고 즐기기 힘든 것도 없는 듯하다. 주변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중론도 이와 비슷하다. 손이나 발로 직접 볼을 접촉하는 배구, 축구 또는 농구가 그중 쉽고, 다음은 탁구와 배드민턴 그리고 테니스 순이다. 그러고 보니 몸에서 볼의 위치가 멀어질수록 운동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듯하다. 결국 가장 기다란 도구를 사용하는 야구와 골프가 수월치 않고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야구는 단체 운동이라 특별히 팀을 짜서 움직이지만 골프는 본인의 기본기를 갖춘 뒤에 동반자와 더불어 네 명이 한 조로 운동을 한다. 유명한 재계 회장이 자식과 골프는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한탄한 것처럼 세상 누구도 골프채를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다고 자신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골퍼로 자기 플레이에 만족하는 사람 또한 세상 어디에도 없다. 백돌이는 90대로 진입하기를 바라며 프로처럼 잘 치기를 바라고, 골프를 직업으로 밥 먹고 골프 연습만 하는 프로들은 언더파로 60대의 타수를 유지하면서도 마의 50대를 넘보니 아마추어든 프로든 만족할 수가 없다. 어려운 만큼 그나마 필드에서 안정적으로 즐기려면 연습장에서 땀을 흘리는 시간도 그만큼 많아야 한다.

연습장에 등록을 하려면 시간제와 박스제 중 결정을 한다. 1시간 동안 볼을 치거나 볼 100개 단위의 박스로 연습을 한다. 접수처 직원이 작년 연습 비를 확인해 보더니 금년에는 시간제로 1년 치를 등록하는 것이 저렴하겠단다. 하기야 외부 강의와 교육 일정 모두가 취소되어 여유시간도 많아진 터, 예년보다 자주 연습장에 나와 골프 연습에 매진하긴 했다. 예매 분량을 예상보다 일찍 소진하여 생각이 많던 참이라 조언을 참조하여 연회원으로 등록을 하였다. 연회원은 박스 시간제 보다는 비싸지만 1년 동안 매일 1시간을 연습할 수 있으니 연습량으로 보면 훨씬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리하여 고려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산행하고 오는 끝에 물을 지는 것은 오전의 일상이니, 오후에는 반드시 연습장에 가야 한다. 다른 곳으로 볼일을 다녀와서도, 새벽부터 골프라운딩을 하고 나서도 연습장에는 들러야 한다. 프로 선수처럼 시합에서 만족하지 못 했거나 실수한 샷을 보완하려는 것이라면 좋겠는데……. 하루 사용분을 채우려는 경제성 때문이요 미리 할당된 한 시간을 소진해야 한다는 숙제 해결 때문이라니…….

라운딩 후 돌아올 때면 항상 밀물 같이 몰려오는 피로감으로 운전조차 괴로운데, 연습장에 출첵하고 한 시간 동안 볼을 때리려니 허리도 아프고 눈까지 쏠리는 듯 몸이 지겨워한다. 이런 상황이니 예전같이 장거리 라운딩도 내키지 않고 하루의 시간도 더 효율적으로 써야한다. 산으로 헬스장으로 골프 연습장으로 종횡무진하지 않으면 안 될 테니.

자의반 타의반으로 목표를 세우고 거의 끌려 다니듯이 연습을 하면서 퇴계선생의 人十己千(다른 사람이 열을 하면 나는 천 번을 하리라) 공부 결심을 떠 올린다. 선생이 어렸을 때 이웃 노인에게 천자문을 배웠는데 울타리 밖에서 전일 배운 내용을 가만히 암송해 본 뒤에 사립문을 들어갔다고 하는데 모든 일에 정성으로 최선을 이루고자 노력한 모습이 위의 표어로 가름된다. 이리 열심하고도 성실히 공부하여 만국의 스승이 되었는데 골퍼로서 성실하게 시간을 투자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특히 남들 잘 붙이는 어프러치 등 숏 게임 능력을 보며 족탈불급으로 여기는 아픔만 가신다면야.

작년 연습으로 각 아이언의 비거리가 10M 늘었는데 금년 1년을 줄기차게 연습하면 과연 얼마나 발전을 하려는지. 안정적인 80대 중반 이하 타수 유지도 연습 없이 불가능하다는데, 이러다 평균 언더파를 넘나들어 혹 프로 시험을 보라고 주위에서 권하면 어쩌지? 현대 사회는 자신을 착취하면서 욕망에 집착한다고 한다. 과잉욕망이요, 이루기 전에 벌써 눈이 너무 앞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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