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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노사(老師)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 많은 스승이라 내 스스로 노사라 칭하기는 멋쩍으나 중국에서는 선생을 노사라 쓰고, 퇴임한 노털이니 노사라 해도 되겠다. 지식교육만 했던 아쉬움과 인간 교육을 좀 더 터치하지 못한 미진함이 있던 차 마침 계제가 되어 선비교육으로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이 생기도록 하려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지도위원으로 위촉을 받았다. 40여 년의 교육 경력이 있어도 신규 지도위원은 치열한 연찬회와 참관으로 인턴 6개월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철저한 수련원이다.

금년에 비로소 첫 진행을 맡게 된 곳이 상당고 학생들이다. 두 시간 반이 소요되는 충청도에서 입소한 것은 순전히 1학년 부장이었던 김 선생 덕분인데, 작년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무성하자 아예 체험을 통하여 인간존중과 경(敬)에 대한 생각을 하길 바랐단다. 떠난 사람 험담만 안 해도 고맙거늘 같이 근무했던 교장의 내심을 살펴주니 살갑다. 덕분에 보고 싶었던 학생과 선생님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부임 때보다도 더 설레고 설렌다.

드디어 3월 28일에 수련입교식이 시작되었다. 원장님께서 환영사 후에 직전 교장이었던 나에게 인사를 하라신다. 창졸지간에 단상에 올라 집중하여 잘 보고 많이 느끼라고 당부하였다. 수련 시작 삼일 전부터 근신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1년 가까이 해설 자료를 읽고 또 읽어 준비한 수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요즘 학생들은 멀티풀하게 행동한다. 떠들면서도 듣고, 귀에 리시버를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어려운 공부를 잘도 해낸다. 입소해서도 마찬가지다. 너희들은 상당한 사람이라 했건만 어떤 녀석들은 강의시간에 아예 자거나 옆 친구랑 속닥거려 동료 지도위원 보기도 민망하다. 퇴계 종손과의 대화시간에 평소 겸손을 실천하고 계시는 구순의 종손께서는 무릎을 꿇고 학생들을 대하시는데 십대 학생들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조느라 끄덕거리고 있으니 면구스럽다. 다행히 이런 학생만 있지는 않다. 이동 중에 다가와서 유학과 성리학의 차이점이나 '경서통'의 용도를 묻기도 하고, 야간 자유 시간에 다른 방으로 숨어들지도 않고 룸메이트랑 책을 펴 놓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수련비를 내고 와서도 버릇처럼 잠들려 애쓰는 학생도 있고 지도위원 곁에 바짝 붙어서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 눈을 빛내는 학생도 있는 것이다. 야간 불침번 때에는 몇몇 학생을 불러 고등학생 된 소감 등을 물으며 경험어린 말도 해 주니 선생으로 되돌아간 듯 마음이 흥겨웠다.

게다가 우리 2호차 기사인 S관광의 엄기사님 같으신 분은 처음 본다. 프로그램을 미리 챙겨 이동 중에 다음 갈 곳의 동영상 자료를 방영하기에 수련원 본부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여주는 줄 알았더니 기사님이 자발적으로 그리 해 주는 거란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거슬려도 인상을 구기거나 말을 거칠게 하는 여느 기사님과는 사뭇 다르다. 도산서원에 오더니 기사님까지도 배려를 베풀고 있다.

어느덧 학생들이 수료 소감문을 낭독하는데 가슴이 찡해온다. 2박3일 동안 웃고 떠들기만 한 줄 알았는데 나름 보고 느낀 점이 넓고 깊으며 앞으로 실천하리란 결심도 제법 구체적이다. 그래도 이 녀석들이 지식을 실천으로 보이신 퇴계선생의 향기를 잘 맡은 듯하여 흐뭇하고 대견하다. 떠나는 학생들을 배웅하며 하나하나 참으로 소중한 너희들이 아무쪼록 착하고 훌륭하게 자라서 명실상부하게 상당한 사람이 되기를 노사(老師)의 마음으로 빌었다.

우리 학생들이 잘 할까 조바심하는 나에게 상당고 학생들이 다른 학교 아이들보다 순하다고 위로해 주는 동료 지도위원들의 마음이 따습다. 그리고 봉직했던 학교 학생들과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도록 편성해 주신 본부 관계자의 배려는 더욱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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