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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02 15:25:52
  • 최종수정2019.06.02 15:25:52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교사 시절에 중학교로 전근하고 관내 교육청 주관 모의고사를 본 결과 과목 성적이 하위로 나왔다. 직전 고등학교 때는 수능 모의고사에서 전국 3위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완전 망신이다. 상황을 분석해 보니 국, 영, 수 숙제가 워낙 많아 학생들이 국사를 집에서 복습할 시간이 전혀 없다. 하여 그 시간에 배운 것을 완전히 정리할 수 있도록 수업 내용을 요약한 아래에 단계별 문제를 제시하는 프린트 수업으로 전환하였다. 이 때문에 수업 준비물 만드느라 난로 주변 정담도 못 하게 되었다. 신학기 인사차 교무실에 들렀던 책방 사장에게 이 모습이 생경하였는지,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무얼 그리 쓰고 계시나요·'라 묻기에 의도를 말하자 좋은 생각이라며 책으로 출판하잔다. 졸지에 지학사와 계약을 맺은 나의 교육 자료가 전국 서점에서 판매되었다. 이 결과 저자 직강을 들은 아이들 성적도 올라가고, 마니아용 고급 오디오가 재산목록 제1호로 거실에 들어서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그 오디오가 전체 수리를 받게 되었다. 수리를 하러 온 기사가 요즘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갑질을 당하는 세상이라며 탄식을 하는데 들을 만하다. 이 분은 나이 어려서 기술을 배웠고, 공부도 하여 공학박사 사장이라는데 지금은 교수가 학생 눈치 보느라 학점도 재량껏 못 준다며 말문을 연다. 군대에 음향 설비를 하러 갔는데 곁에서 부족한 일손을 거들어 주는 사람은 하사관이요, 병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놀이를 하는데 미안한 기색도 없더란다. 훈련소 내에 설치된 각개 전투장에는 높은 포복 훈련을 하는 병사들의 팔꿈치를 보호하고자 매트리스를 깔아 놓았고, 겨울 야외 훈련에는 귀하신 병사들이 추위를 타면 큰일 난다고 야외용 온풍기를 사방에 틀어놓아 따습게 훈련하도록 배려하고 있단다. 혹한기 훈련 때 덕지덕지 얼어붙은 황토 흙을 떼어냈던 기억을 가진 나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북한이 중이병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장하신 어머니 때문에 못 내려온다나. 바로 그 어머니들 입김 때문에 군인인지 체험 학습하는 학생인지 분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다. 6.25전쟁 때 서울 수복을 위한 시가전에서 미군들이 오물로 질퍽한 골목길에 엎드리지를 못하여 인명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 군인은 바위나 자갈이 뒤덮인 야지에서 어떻게 엎드리려나. 이러다 팔꿈치는 온전한데 머리가 날아가면 어쩐담.

일하다가 저녁이 되자 사장은 같이 온 기사에게 빨리 퇴근하라고 안절부절못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듣자마자 기사는 한껏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할 생각도 안 하고 즉시 연장을 챙겨 돌아가고 뒷마무리는 사장이 다 한다. 어리둥절하여 이유를 묻자 저 사람을 일 마칠 때까지 잡아두면 불평도 문제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이 없어 오히려 손해란다. '아랫사람은 결코 사장을 위하여 돈을 벌어주지 않습니다.'라 하니 사장님의 신세가 처량하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를 들어주고 있고, 교장은 교사의 눈치 보느라 교육철학 펼칠 꿈도 못 꾸고, 기업가는 회사원 기세 키우다 기업 확장도 못하고 있단다. 대통령은 국민 눈치 보는 것도 벅찬데 이제는 북한의 기색까지 살피느라 바쁜데 과연 평화를 돈으로 살 수 있겠는가고 반문한다. 신뢰성 없는 지지율로 백성을 호도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사고의 위험을 무시하고 그랜드 캐년의 벼랑 끝에 섰다가 떨어진 사람에게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들이는 것도 요상 하단다.

오디오 고장 때문에 만난 서비스 센터 사장의 다양한 탄식을 듣다가 날이 저물었다. 초야의 백성이 나라 걱정을 하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다. 그런데 정치가라는 사람들은 이런 백성의 심정을 살피며 그래도 한치 앞은 내다보고 정쟁(政爭)을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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