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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큰 애가 손녀랑 필리핀 세부의 리조트로 휴양을 가잔다. 백수에게 휴양은 가당치 않은 말이지만 더운 나라이니 6.2m 천정 집에서 바깥보다 더 춥게 지내는 것보다야 낳겠다. 명목은 딸애가 학회 참가할 동안에 손녀를 돌봐주는 건데 이참에 손녀랑 더 놀아주니 일석이조인 셈이지. 리조트로 가는 길에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 있다. 상하의 나라에 순록이 걸어가는 장식이라 기이하지만 산타클로스의 이동수단이라 뺄 수도 없나보다. 딸이 호핑 투어를 예약했단다. 호핑(hopping)투어 말 그대로 섬을 폴짝 폴짝 점프한다는 뜻인데 현지에서는 아일랜드 호핑이라 부르며 이 섬 저 섬으로 다니며 스노클링으로 물고기랑 헤엄치는 거다. TV에서 스노클링 모습을 더없이 여유롭게 봤고, 어렸을 적 동네 앞 개천에서 자맥질도 많이 해 본 터라 섬 여행보다도 스노클링이 은근 기대되었다.

자!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조반을 하고 픽업 장소에 가니 좋은 차가 우리 둘을 태워 간다. 이거 대접받는 느낌이네. 소지품 조심과 구명조끼 없이는 절대 수영을 하지 말라는 담당자의 당부와 함께 섬으로 출발했다. 우리의 일정은 카오하간 섬에 들러 간단히 구경을 하고, 날수루안 섬에서 1차 스노클링 후 점심을 한 뒤에 비센테섬에서 2차 스노클링을 하는 거다. 난생처음 스노클링 장비를 입에 물고 바닷물에 들어가니 무서울 뿐만 아니라 코를 막고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게 이리 어색한 줄 몰랐다. 조금만 잘못 쉬면 입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놀라 일어서게 되니, 물 위에 편안히 떠 있는 사람은 그래도 고수다. 간신히 적응을 하자 선장이 더 큰 고기를 보러 비센테 섬으로 가잔다. 가는 길에 검푸른 바다 위에서 홀로 떠있는 사람을 보며 혹시 여기에 떨구면 어쩌나 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여러 배가 떠 있는 야트막한 바다에서 다시 입수를 권한다. 이번 바다는 이전 섬의 백화된 물속과는 달리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산호가 깔려 있다. 그래도 한번 해 봤다고 아까보다 훨씬 편안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물속을 보노라니 어느새 우리 배와는 한참 떨어져서 불나게 다시 돌아가기를 여러 차례 하는데 마누라는 입에 바닷물이 자꾸 들어온다고 기겁을 하고는 일찌감치 배 위에 올라서 나를 기다린다. 다시 물 아래를 다니다 바다뱀을 보고 놀라 도망도 하고 노란 색 물고기 떼를 좇아 헤엄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 이리 스노클링이 신나고 즐거울 줄이야. 완전 내 체질이다.

선장의 리턴 사인이 와서 배에 오르는 순간에 무언가가 발목 뒤를 무는데 '아 따가워!'라는 말을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다시 물에서 배에 오르려 점프를 하는데 이번에는 허벅지를 또 문다. 배에 올라서 자세히 보니 허벅지보다 왼발 아킬레스 건 부위에 물고기 이빨 자국이 더 크고 선명하다. 동통까지 느낄 지경이라 필리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뱀은 물지 않는다며 아마도 다타같다고 한다. 물고기에 물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데 나는 물렸으니 기가 차고, 돌아오는 배에서도 통증과 함께 점점 부어올라 내심 걱정이다. 하는 수 없이 리조트 내의 클리닉 센터에 들러 응급조치를 했지만 차도도 없이 발이 계속 붓는다. 이틀 뒤 귀국행 비행기 내에서는 신발 위로 발이 삐져나올 것처럼 부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위의 강권으로 치료받느라 딸집에 있자니 바다뱀이나 곰치에게 물린 것은 아닌지 물고기 입의 기생충에 감염된 것은 아닌가. 혹 치명적인 세균으로 여기서 생을 다하면 우리 엄마에게 죄송해서 어쩌나, 의식이 있을 때에 드러난 비통장(품위유지 통장)의 패스워드를 알려주어야 하나 등 나쁜 생각이 꼬리를 문다. 조심이 이리 중요한 것을! 사위가 극진히 치료해 주고, 딸이 아프지 않게 주사도 놓는 등 잘 살펴주어 차도가 있으니 미안하고 고맙다. 또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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