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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러시아 역사가 미하일 일린의 『인간의 역사』에는 문명 발달 측면에서 인간의 팔 길이가 길어지는 것이 기술된다. 맨손에서 창으로 화살로 팔의 길이가 늘어나게 되었다는 건데 관련하면 발도 인간의 의욕과 문명의 발달로 길어졌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그리고 배와 비행기로 길어졌으며 이중 가장 대중화된 발이 자동차이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우리 인간은 마음먹은 대로 도달할 수 있고 연육교를 밟아 종전에는 배로 건너던 섬도 드나들 수 있다.

운전대를 잡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초보 때야 온 몸에 들어간 힘을 운전대에 집중하곤 앞만 보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오직 안전하게 차에서 내리기만 바라지만 운전에 경륜이 붙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빠진 힘 대신 여유가 생겨 전후좌우를 살피고 방어운전도 가능하다. 날이 청명하면 밝은 생각으로 비가 오면 차창 밖으로 흩어지는 빗방울에 붙어서 상념이 묻어나고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아름다운 음악에도 갖가지 추억을 회상한다. 특히 노을을 바라보며 운전하거나 이슬비 잔잔히 내리는 날이면 그간 잊고 있었던 일들이 뭉게뭉게 솟아나는데 先親이 제일 많이 떠오른다. 일찍 보내드린 한이 남아 40여년 지났음에도 눈물이 나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대화라도 많이 나누고 더 자주 찾아뵈올 것을. 이럴 줄 알았다면 맛있는 거라도 많이 사 드릴 것을 등으로 생각할수록 후회막급이다. 아무도 없어 생각이 치솟으면 눈물까지 훔치게 되니 나이가 들은 때문인가. 자식들은 애비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알까나. 길가의 개를 보면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하루와 타노가 떠올라 주인 잘못을 자책한다. 장거리 운전 시 인간문화재 금정 김응서 선생의 CD를 켜면 대금 사사받을 때 자세 바르게 한나절 대금 잡던 때와 함께 외길 인생 사신 분의 향기를 되새긴다.

운전대를 잡으면 과격해 진다. 모두가 급하게 운전을 하니 과속방지턱과 카메라가 숱하게 널려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닭머리가 만든 건지 횡단보도를 가는 방향에만 방지 턱을 만들어야지 양방향에 걸쳐 방지 턱을 만들면 어쩌자는 건가. 턱은 왜 그리 높아 차를 필요 이상으로 덜커덩거리게 하는지. 과속을 단속하려는 카메라와 각종 카메라가 그리 많은데 별도로 고정형 과속방지 시설은 무어고, 이따금 이동식 카메라를 노상에 몰래 설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것인지 전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기로 작정한 건지 아니면 누구 말대로 퍼주느라 궁색해진 나라 살림에 보태려는 심보인가. 하긴 이렇게 받아들인 범칙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도 궁금하다. 관계자 말로는 교통사고 위반 범칙금이 경찰의 복리후생비로 들어간다는데 과연 그럴까. 혹 그렇다면 법을 빌미로 한 호가호위(狐假虎威)요, 공익을 빙자한 사리추구이니 국민을 속이는 아주 괘씸한 짓이다. 설마 설마 가짜 뉴스겠지.

신호대기하면서 지나는 사람도 보고 딴 생각 하느라 파란 불 바뀐 것을 잠깐 놓쳤는데 그 사이에 뒤차가 클랙슨을 울린다. 연구에 의하면 신호 대기 중 늦게 출발하는 앞차에게 경적 누르는 속도로 전국 1위가 제주요 그 다음이 청주와 대전이라고 한다. 렌터카로 도배를 한 제주는 그렇다 쳐도 고작 1.7초 내외의 짧은 시간을 못 기다리는 사태가 종래 느리다던 충청도요 양반의 고장에서 작금 현실이다. 조선 시대 이후 예의 본향 사람들의 심적 여유 상태가 이렇게 변한 것은 우리가 신중히 살필 일이다.

운전대를 평상심으로 잡으면 남이 안 본다고 육두문자로 상대 운전자를 욕하거나 난폭운전을 당한 뒤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하려는 생각조차 없을 것이다. 나 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나면 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하여 옆에 앉은 아내도 불안하지 않으리라. 마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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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