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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요즘 국회의원들이 시작한 팔뚝을 부딪치며 반갑다 하는 것이 아무리 봐도 인사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본디 인사는 사람 사이의 소원·단절을 막으며 우호감 증진으로 성원 간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뜻이다. 민족·시대 등 사회 문화에 따라 행동양식이 달라져 코를 비비거나 이마를 맞대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는 예를 중시하였기에 인사법이 다양하고 어려우며 〈상례-常禮〉에 기록된 내용을 잠깐 살펴보았다.

대표적 인사인 절만 봐도 연소자·하위자가 연장자·존장자·상위자에게 경건한 태도로서 인사할 때 절을 먼저 올리며 입례(立禮)·반절 또는 읍(揖)·큰절을 한다. 입례는 옥외나 노상에서 서서 양손을 배 윗부분에 쥐고 허리를 약간 구부려 존장자께 드리는 인사다. 개화기까지 우리나라의 가장 보편적인 인사는 읍(揖)이었다. 허리를 굽혀 두 손을 맞잡아(揖手) 올린 다음 상하로 조절하는데 통상 이마 높이(天揖-상읍)· 입 높이(時揖-중읍)· 가슴 높이(土揖-하읍)의 3단계로 공경도에 따라 멎는 부위가 내려간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공수례에 대한 기록이 있음으로 보아 읍례는 매우 오래된 예절이다. 필자는 도산서원의 향사와 선생 위패에 인사드리는 알묘례 등 행사에서 지금도 시행되는 읍례를 따라 배웠다. 굳이 신체를 접촉하지 않아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공경이 충분히 묻어나는 인사가 공수요 읍례라.

고개를 약간 수그리는 반절이나 읍은 대체로 큰절을 한 후 일어서서 하는 절이다. 특히, 읍은 흔히 제사 때나 특수한 절을 할 때 올린다. 귀한 손님이나 존장자의 방문 시에 바깥에서 입례를 드리고 손님이 좌정하면 큰절을 다시 드리는 것이 올바른 인사예절이었다. 우리 아버님도 어린 나에게 그 예법으로 가르치셨다.

19세기 말 개화기 이후, 전통 인사의 까다로운 격식과 치레가 간소화되면서 새로운 인사법이 등장하였다. 남자들이 단발을 하고 모자 쓰는 유행으로 입례 부터 읍과 큰절을 할 때에 모자를 쓴 채로 절을 하는 것이 실례로 여겨졌다. 외투 등 겉옷을 입었을 때에도 실내에서 절을 할 경우에는 겉옷을 벗고 절하는 것이 바른 예절이 되고, 겉옷을 걸친 채 절하는 것도 역시 결례이다. 예전에는 두루마기 위에 갓 쓰고 도포를 갖추는 소위 의관정제 없이 절하면 큰 무례라 여겼는데 신식이라는 서구 문화가 들어오면서 오히려 탈모를 한 뒤에 절을 하니 참으로 큰 변화이다.

20세기 초 기독교 선교 이후, 서구식 인사인 악수가 처음에는 도시에서부터 유행되었으나 광복 후에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이제 악수인사는 남자뿐 아니라 남녀 간, 노소간의 악수도 자연스럽게 되었다.

이제는 세계 공통의 인사가 된 악수의 유래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고대 바빌론에서는 신성한 힘이 인간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치자가 성상의 손을 잡았다고 한다. 중세 때에는 기사들이 칼을 차고 다니다가 적을 만나면 오른손으로 칼을 빼 들어 싸울 결의를 표했다.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에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는데 이것이 악수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왼손으로 잡다가 오른 손으로 자연스레 변하였으며 만나서 반갑다는 뜻도 있지만 기실 그대를 죽이지 않겠다는 의미가 더 큰 셈이었다.

검도 시합에서는 경기 전에 검을 부딪치고 격투기 시합에서는 정정당당하게 싸워보자는 의사로 주먹을 상대와 부딪친다. 이제 정황상 악수를 못 하니 주먹을 맞대거나 팔꿈치를 맞부딪쳐 한판 해 보겠다는 제스처가 인사란다. 정치인들이 잘못 선도한 까닭에 볼썽사나운 싸움판의 저급문화가 판치고 있다. 이는 전통 예법으로 공수례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다. 모름지기 정치가는 시대의 변화에 있어 고례와 전거를 살펴 실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럴 줄도 모르니 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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